寫懷, 二首(사회, 2수) 회포를 펼쳐 쓰다 (五言古詩)
대종 대력 2년(767) 겨울,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음. 당시 두보는 공남방어사(邛南防禦使)에 임명된 백무림(柏茂琳)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기주(夔州) , 협주(峽州), 충주(忠州), 귀주(歸州), 만주(萬州) 5개 주를 관할하던 군벌세력이다. 이 시는 타지에서 늙고 병들어 비관에 사로잡힌 두보의 세상에 대한 회의와 처연한 심태를 동시에 보여준다.
1
勞生共乾坤(로생공건생) 힘들게 살며 세상을 함께 하기에
何處異風俗(하처이풍속) 어느 곳인들 습속이 다르겠는가?
冉冉自趨競(염염자추경) 얽히고 설켜서는 명리를 다투나니
行行見羈束(행행견기속) 여기저기 굴레에 묶인 양 얽매이누나.
無貴賤不悲(무귀천불비) 귀함이 없다면 미천해도 슬프지 않고
無富貧亦足(무부빈역종) 부유함 없다면 가난해도 또한 족하리.
萬古一骸骨(만고일해골) 만고에 누구나 한번은 죽어 해골 되나니
鄰家遞歌哭(린가체가곡) 이웃에 노래와 곡소리 번갈아 나기 마련이네.
鄙夫到巫峽(비부도무협) 비루하고 못난 나는 무협에 이르렀으니
三歲如轉燭(삼세여전촉)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삼년을 떠도네.
全命甘留滯(전명감류체) 목숨 부지하니 타향에 머뭄도 달가우며
忘情任榮辱(망정임영욕) 속된 생각 잊어 영욕에도 관심 없노라.
朝班及暮齒(조반급모치) 조정 신료라는 신분은 노년에 남았지만
日給還脫粟(일급환탈속) 날마다 먹고 사는 것은 거친 곡식일 뿐.
編蓬石城東(편봉석성동) 기주 성 동쪽의 초가에 머물러 살며
采藥山北谷(채약산북곡) 산 북쪽 골짝에 약재 채집하러 다니네.
用心霜雪間(용심상설간) 서리 눈 속에서 찾아내기나 마음을 쓸 뿐
不必條蔓綠(불필조만록) 초록의 싱싱한 가지와 덩굴은 기대 안하네.
非關故安排(비관고안배) 의도해 꾸려가는 생활과는 상관없으며
曾是順幽獨(증시순유독) 외떨어진 곳의 삶에 순응할 따름이라네.
達士如弦直(달사여현직) 통달한 선비는 곧기가 활줄과도 같으며
小人似鉤曲(소인사구곡) 소인배는 굽기가 갈고리와 같다고 하네.
曲直吾不知(곡직오부지) 굽었는지 곧았는지야 나는 알지 못한 채
負暄候樵牧(부훤후초목) 등에 햇볕 쬐며 촌사람이나 지켜볼 뿐이네.
* 노생(勞生) : 노고로운 인생. 여기서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의미함.
* 염염(冉冉) : 얽기고 설긴 모양.
* 행행(行行) : 이르는 곳마다, 곳곳에서의 뜻. * 견기속(見羈束) : 구속을 당하다. 見은 조사로 피동(被動)을 표시한다.
* 체가곡(遞歌哭) : 집집마다 한번 노래하면 한번 곡할 일이 번갈아 가며 생긴다는 뜻.
* 무협(巫峽) : 장강 삼협 가운데 하나.
* 삼세(三歲) : 운안과 기주에서 산 햇수를 가리킴.
* 망정(忘情) : 부귀와 빈천, 영예와 치욕의 세속적인 생각을 잊다.
* 조반(朝班) : 조정의 반열. 조정에 속한 관원의 신분을 비유함. 두보는 대종 광덕 2년(764), 53세의 나이에 엄무의 추천으로 검교상서공부원외랑(檢校尙書工部員外郞)이 되었음. 조정에 속해 있으며 성도에 파견된 형식으로 임명되었고, 머잖아 스스로 사퇴한 이후에는 허함으로 남게 되었음.
* 탈속(脫粟) : 껍질을 벗겨낸 곡물을 가리킴.
* 편봉(編蓬) : 띠풀을 엮어 만든 초가를 의미함. * 석성(石城) : 기주(夔州)의 백제성(白帝城)으르 가리킴.
* 불필(不必) : 꼭 싱싱한 약재를 구하려고 마음을 쓰진 않는다는 뜻.
* 안배(安排) : 삶을 도모하기 위해 이리저리 생각하며 대처함.
* 유독(幽獨) : 정적과 고독의 환경을 가리킴. 굴원《九章·涉江》:“즐거움 없는 내 삶이 슬프구나, 깊고 외진 산중에 처해 있네.”(哀吾生之無樂兮, 幽獨處乎山中.)
* 부훤(負暄) : 등에 따스한 햇볕을 쬔다는 뜻 * 후초목(候樵牧) : 뗄나무하고 가축 돌보러 나갔던 촌사람이 저녁에 돌아오는 모습을 기다린다는 뜻.
2
夜深坐南軒(야심좌남헌) 밤 깊어 남쪽 창가 앉았노라니
明月照我膝(명월조아슬) 밝은 달 내 무릎 위 비쳐오는데,
驚風翻河漢(경풍번하한) 광풍 불어와 은하수 뒤집더니만
梁棟日已出(량동일이출) 지붕 위로 해 이미 떠올랐구나.
羣生各一宿(군생각일숙) 뭇 생물들 각기 하룻밤을 자고나서는
飛動自儔匹(비동자주필) 스스로 짝지어 날고 또 움직이거늘,
吾亦驅其兒(오역구기아) 나 또한 아이를 시켜서
營營爲私實(영영위사실) 사사로운 이익 도모하고 있구나.
天寒行旅稀(천한행려희) 날 추워져 길 가는 나그네 드물고
歲暮日月疾(세모일월질) 세모의 시절은 빠르기도 한데,
榮名忽中人(영명홀중인) 좋은 명성은 홀연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世亂如蟣蝨(세란여기슬) 세상 분란은 마치 이가 기어 다니는 듯하다.
古者三皇前(고자삼황전) 상고시대에 삼황이 있기 전에는
滿腹志願畢(만복지원필) 배만 차면 마음에 원하는 것 없었으나,
胡爲有結繩(호위유결승) 어찌 하여 결승으로 표시하게 된 이래
陷此膠與漆(함차교여칠) 아교나 칠처럼 굳게 시비에 빠져들었나?
禍首燧人氏(화수수인씨) 수인씨는 화를 만들어낸 우두머리이고
厲階董狐筆(려계동호필) 동호의 붓은 화를 부르는 발판이라네.
君看燈燭張(군간등촉장) 그대 보시게, 등불 켜서 벌려놓으면
轉使飛蛾密(전사비아밀) 나방들 더욱 가까이 모여들게 한다네.
放神八極外(방신팔극외) 팔방 세상 밖으로 정신이 내달린다면
俛仰俱蕭瑟(앙면구소슬) 위아래로 천지가 다 공허하기만 하여,
終然契眞如(종연계진여) 끝내는 진여의 본성과 합쳐지고 말리니
得匪金仙術(득비금선술) 그 어찌 부처의 묘술을 얻음이 아니리.
* 동량(梁棟) : 들보와 용마루. 집을 가리킴.
* 영영(營營) : 이익을 추구하는 모양. * 실(實) : 재물, 이익.
* 영명(榮名) : 좋은 명성. 좋고 아름답게 일컬어짐. 중인(中人) : 사람을 겨냥해 해를 끼친다는 뜻.
* 삼황(三皇) : 원래 천황씨(天), 지황씨(地), 인황씨(人)를 가리킴. 후에는 수인(燧人), 복희(伏羲), 신농(神農)을 주로 일컬음.
* 결승(結繩) : 문자가 생기기 전에 새끼에 매듭을 만들어 숫자를 표시하거나 일, 소식 따위를 전하던 것.
* 함차교여칠(陷此膠與漆) : 결승을 사용하고 지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 상호간에 공고한 시비와 모순 상태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뜻. 膠와 漆은 아교와 옻칠로, 한번 붙이고 칠하면 잘 떨어지지 않음을 비유함.
* 수인씨(燧人氏) : 상고시대 삼황 가운데 한 명. 나무를 마찰해 불을 취하는 법을 가르쳐 그 때부터 사람들이 익혀 먹게 되었다고 함. 이 구절은 수인씨가 문명을 전파함으로써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변했음을 지적한 것임.
* 여계동호필(厲階董狐筆) : 厲階는 재앙의 계단이란 뜻. 董狐는 춘추시대 진(晉)의 사관(史官)으로 직필로 이름이 났음. 이 구절은 시비를 강직하게 논하는 동호의 직필조차도 명교와 명성에 이끌린 행위여서 화를 일으키는 단서가 된다는 뜻.
* 팔극(八極) : 팔방의 머나먼 곳. 세상 끝.
* 소슬(蕭瑟) : 텅 빈듯하다는 뜻.
* 진여(眞如) : 영원히 변함이 없는 참다운 실체(實體), 실성(實性). 우주 만유의 본성.
* 득비금선술(得匪金仙術) : 得匪는 반문으로, 어찌 아닌가? 기비(豈非)와 같음. 金仙은 불교 수행의 최고 지위에 있는 이를 가리키며, 부처를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