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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疾舟中伏枕書懷, 三十六韻. 奉呈湖南親友(풍질주중복침서

by 오대산인

風疾舟中伏枕書懷, 三十六韻. 奉呈湖南親友(풍질주중복침서회, 삼십육운, 봉정호남친우) 풍질로 배 안에 앓아 누워 심회를 적은 36운시. 호남의 벗들에게 드린다.(五言排律)


대종 대력 5년(770) 겨울, 담주(호남 長沙)에서 악주(호남 岳陽)로 가는 도중 배가 동정호를 지날 때 지음. 이 해 4월 담주에서는 호남병마사 장개(臧玠)가 담주자사(潭州刺史) 겸 호남도단련관찰사(湖南都團練觀察使) 최관(崔瓘)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일시적으로 큰 동요가 있었다. 두보는 가족과 배를 타고 형주(衡州 )로 피난했는데, 형주에서 침주(郴州)로 가서 녹사참군(錄事參軍으로 있는 외숙벌되는 최위(崔偉)에게 의지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침수(郴水)를 거슬러 올라가 뇌양(耒陽)에 이를 즈음 물이 크게 불어 방전역(方田驛)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이 때 침주로 남하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배를 돌려 북으로 올라와 한양(漢陽)에서 다시 한수(漢水)를 거슬러 장안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였다. 빈궁과 질병 속에 배는 담주에서 악주(岳州)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이 때 그의 풍질이 악화되어 반신불수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말았다. 이 시는 두보가 생애의 마지막에 남긴 절필이다.

* 湖南親友는 담주의 막부에 있는 이들을 가리킨다.



軒轅休製律(헌원휴제율) 황제 헌원씨는 율려의 제정을 멈추었으며

虞舜罷彈琴(우순파탄금) 유우씨 순임금은 오현금 타기를 그만 뒀구나!

尙錯雄鳴管(상착웅명관) 웅관에서 나는 소리 뒤섞여 어그러지고 마니

猶傷半死心(유상반사심) 반 죽은 오동으로 만든 거문고 같은 나의 심정 상하였네.

聖賢名古邈(성현명고막) 황제와 순임금의 이름이야 오래고 아득한 자취이며

羇旅病年侵(기려병년침) 나는 떠돌아 살며 해마다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네.

舟泊常依震(주박상의진) 북으로 가려 늘 상강 동편 강가에 배를 정박하거늘

湖平早見參(호평조견삼) 동정호 펀펀하고 드넓어 삼성이 일찌감치 보이는구나.

如聞馬融笛(여문마융적) 마융이 피리 소리 듣고서 슬퍼하는 것 같으며

若倚仲宣襟(약의중선금) 중선이 누에 기대 옷깃을 열어 제친 것 같아라.

故國悲寒望(고국비한망) 추위 속에 고향 쪽 보노라니 마음은 구슬퍼지고

羣雲慘歲陰(군운참세음) 세모의 하늘 떼 지은 구름은 참담하게 흘러가네.

水鄕霾白屋(수향매백옥) 물의 고장이라 물안개 기운은 허연 초가지붕을 덮고

楓岸疊靑岑(풍안첩청잠) 단풍나무 선 언덕에는 청산이 겹겹으로 짙푸르다.

鬱鬱冬炎瘴(울울동염장) 겨울에도 후텁지근하며 다습한 기운 농후하고

濛濛雨滯淫(몽몽우체음) 가랑비는 끊임없이 내려와 흐릿흐릿하구나.

鼓迎非祭鬼(고영비제귀) 북 치며 신령 맞이해 아무 귀신에게나 제사를 하고

彈落似鴞禽(탄락사효금) 탄알 맞고 떨어지는 새는 흉조인 올빼미와 비슷하네.

興盡纔無悶(흥진재무민) 흥이 다한 뒤에 겨우 고민이 사라지는 듯 하지만

愁來遽不禁(수래거불금) 시름이 찾아들면 갑작스러워 막아낼 수 없구나.

生涯相汩沒(생애상골몰) 나의 생애 윤락하여 떠돌이신세 되고 말았으며

時物正蕭森(시물정소삼) 이 시절의 경물 또한 정히도 쓸쓸하기만 하다.

疑惑樽中弩(의혹준중노) 술잔 속 활 그림자에 놀라 병나 듯 의혹 생겨나 두려운데

淹留冠上簪(엄류관상잠) 관 위에 비녀 덩그라니 남은 채 조정에 돌아가지 못하니,

牽裾驚魏帝(견거경위제) 위문제 옷소매 당겨 놀래킨 신비처럼 상소를 올렸다가

投閣爲劉歆(투각위유흠) 유흠 아들 때문에 투신한 양웅인 양 연좌되어 좌천됐다네.

狂走終奚適(광주종해적) 미친 듯 쉬지 않고 달려 끝내는 어디로 가게 되려나?

微才謝所欽(미재사소흠) 미천한 재주의 나 흠모하는 호남 벗들에게 부끄럽구나.

吾安藜不糝(오안려불삼) 나야 쌀가루도 섞지 않은 명아주 국에 편안해 하나

汝貴玉爲琛(여귀옥위침) 그대들은 진귀한 옥처럼 귀중한 몸이로다.

烏几重重縛(오궤중중박) 오피궤는 낡아빠져 겹겹으로 감아 쌌으며

鶉衣寸寸針(순의촌촌침) 남루하게 헤진 옷 군데군데 바느질로 기웠다오.

哀傷同庾信(애상동유신) 상심하기는 북주에서 고국땅 그리던 유신 같으나

述作異陳琳(술작이진림) 격문을 지어내는 능력은 진림에 미치지 못 하였네.

十暑岷山葛(십서민산갈) 십 년을 민산의 칡베로 만든 옷 입고 보냈으며

三霜楚戶砧(삼상초호침) 삼 년을 초땅 집들의 다듬이 소리 들으며 지냈거늘,

叨陪錦帳坐(도배금장좌) 외람되게 비단 장막 안에서 지방관을 배석했으나

久放白頭吟(구방백두음) 오래도록 허옇게 센 머리를 노래하며 보내왔노라.

反樸時難遇(반박시난우) 순박으로 되돌아가는 건 때를 만나기 어렵기에

忘機陸易沈(망기육이침) 기심을 잊고 사는 이는 쉽사리 은둔하게 되거늘,

應過數粒食(응과수립식) 밥알을 세며 먹는 것보다 더할 정도로 가난했으니

得近四知金(득근사지금) 하늘과 땅 너와 네가 아는 결백한 재물이라면 취했네.

春草封歸恨(춘초봉귀한) 봄풀 자라나면 고향에 못 가는 한은 더해지고

源花費獨尋(원화비독심) 도화원 홀로 찾아다니느라 힘 들이고 있으니,

轉蓬憂悄悄(전봉우초초) 나뒹구는 쑥대인 양 마음은 우수에 사로잡히고

行藥病涔涔(행약병잠잠) 약을 복용해도 병으로 몸이 욱신욱신 아프다네.

瘞夭追潘岳(예요추반악) 반악을 뒤좇아 요절한 아이 땅에 묻게 되었으며

持危覓鄧林(지위멱등림) 지팡이 찾아 병으로 위태한 몸 부지하고 있거늘,

蹉跎翻學步(차타번학보) 발을 헛디뎌 도리어 한단학보의 경우 되었지만

感激在知音(감격재지음) 내 마음 알아주는 호남의 벗들에 감격할 뿐이네.

卻假蘇張舌(각가소장설) 소진 장의 같은 웅변으로 나를 높이 평가해주어

高誇周宋鐔(고과주송심) 천자의 검에서 주송의 칼코등이 같다 과찬하니,

納流迷浩汗(납류미호한) 작은 물결 받아주어 드넓어진 강물과 같으며

峻址得嶔崟(준지득금음) 토대를 높여 우뚝하니 높아진 산과도 같도다.

城府開淸旭(성부개청욱) 호남 막부는 맑은 아침햇살 속 활짝 열려져 있고

松筠起碧潯(송균기벽심) 솔숲 대숲 푸르른 물가에 아름답게 우거졌구나.

披顔爭倩倩(피안쟁천천) 환한 얼굴로 앞 다투듯 웃음 띠고 맞아주거늘

逸足競駸駸(일족경침침) 힘차게 내달리는 준마 같은 인재들이거니와,

朗鑒存愚直(랑감존우직) 밝은 거울처럼 우직한 나를 이해해주니

皇天實照臨(황천실조림) 감격하는 마음을 하늘은 실로 비추어주리.

公孫仍恃險(공손잉시험) 공손술 같은 자 아직 험한 산세 믿고 할거하고

侯景未生擒(후경미생금) 후경과 같은 자 산채로 사로잡지 못하고 있으니,

書信中原闊(서신중원활) 중원 낙양에서는 집안의 서신이 드물며

干戈北斗深(간과북두심) 북쪽 장안까지 전란의 위기 깊어졌다네.

畏人千里井(외인천리정) 천리 안의 우물에 위험 있을까봐 남들 두렵고

問俗九州箴(문속구주잠) 나라에 결함 많아 조심할 풍속 물어야 하며,

戰血流依舊(전혈류의구) 전쟁터의 유혈은 전과 다를 바 없이 흐르고

軍聲動至今(군성동지금) 군대에서 나는 소리 지금도 진동하고 있네.

葛洪尸定解(갈홍시정해) 갈홍처럼 시해를 하여 세상을 떠나고 말리니

許靖力難任(허정력난임) 허정처럼 친족과 피난 다니기 힘에 부치네.

家事丹砂訣(가사단사결) 집안을 잘 꾸리는 것도 단약을 만드는 것도

無成涕作霖(무성체작림) 다 못 이룬 채 눈물만 빗줄기처럼 흘릴 뿐이네.


* 헌원휴제율(軒轅休製律) : 이 구절은 헌원씨가 율려를 제대로 만들지 않아 천지의 바람이 조화를 잃었으며, 그로 인해 나라가 혼란하고 자신은 풍증에 걸렸다는 생각을 암유한 것임. 軒轅은 전설 속 고대의 제왕인 황제(黃帝)의 이름. 製律은 율려(律呂)를 제정한다는 뜻. 《漢書·律曆志》에 의하면, 황제가 영륜(伶倫)을 시켜 12개의 대나무 대롱을 만들고 봉새의 울음소리를 참고해 율려를 제정했다고 함. 육율(六律)과 육려(六呂)가 있으니 각기 수컷 울음소리와 암컷 울음소리에 맞췄다고 함. 또한 잘 다스려지는 시대에는 천지의 기운이 화합해 바람이 생겨나며, 천지의 바람 기운이 올바른 상태여서 십이율이 안정되어 있다고 하였음.

* 우순파탄금(虞舜罷彈琴) : 이 구절은 바람이 조화를 잃은 까닭에 순임금이 금을 타며 〈남풍(南風)〉을 노래하는 것을 그만두었으며, 백성의 삶은 도탄에 빠지고 자신은 풍증을 앓고 있다는 생각을 암유한 것임. 虞舜은 전설 속 고대 제왕인 순임금을 가리킴. 虞는 그의 출신 부락 명칭. 《史記·樂書》에 의하면, 순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어 〈남풍(南風)〉을 노래했다고 함. 남풍은 백성을 양육하는 내용의 시이며, ‘남풍의 따스함이여, 우리 백성의 노여움을 풀어준다네.“(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라는 가사가 있다고 함.

* 착웅명관(錯雄鳴管) : 율려(律呂)가 착종되어 조화를 상실했다는 의미임. 본래 웅명관(雄鳴管)은 영윤(伶倫)이 황제(黃帝)의 명을 받고 봉황의 울음소리를 참고해 만든 12개의 대롱 중에 수컷의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만들었다는 6개의 웅관(雄管), 즉 육률(六律)에 해당함.

* 반사심(半死心) : 절반은 죽은 마음. 두보 자신을 금(琴)에다 비유한 것임. 매승(枚乘)의 〈칠발(七發〉에 “용문(龍門)에 백 척 높이의 오동나무가 있어 그 뿌리가 반은 죽고 반은 살아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금지(琴摯)를 시켜 베어내 깎아 금을 만든다”는 구절이 있음.

* 성현(聖賢) : 헌원(軒轅)과 우순(虞舜)을 가리킴.

* 진(震) : 괘(卦) 이름. 동쪽을 대표한다. 《周易·說卦傳》:“만물이 진에서 나온다. 진은 동방이다.”(萬物出乎震.震, 東方也.) 이 구절은 한양(漢陽)을 경유해 장안으로 돌아가기 편하도록 배를 늘 동정호 동북쪽에 정박해 두고 있다는 뜻임.

* 삼(參) : 별이름. 서쪽의 칠수(七宿) 가운데 하나. 겨울철 밤에 제일 밝은 별.

* 마융(馬融) : 동한의 경학가, 사부(辭賦) 작가. 피리를 잘 불었으며, 〈장적부(長笛賦)〉를 지었음. 이 구절은 마융이 해를 넘겨 서울을 떠나 있을 때 문득 피리소리를 듣고 슬퍼한 것으로써 두보 자신의 객지 생활의 슬픔을 말한 것임.

* 중선(仲宣) : 한나라 말, 삼국 위(魏)의 시인 왕찬(王粲). 중선은 그의 자(字). 중원에 전란이 발생하자 형주(荊州)로 가 유표(劉表)에게 여러 해를 의지했음. 당시 지은 〈등루부(登樓賦)〉에 “난간에 기대 멀리 바라보나니, 북풍을 향해 옷깃을 펼치네.(憑軒檻以遙望兮, 向北風而開襟.)라는 구절이 있음. 이 구절은 중선이 누에 올라 고향이 있는 북쪽을 향해 바람을 쐬듯 두보 자신이 고향을 그리워함을 비유한 것임.

* 고국(故國) : 장안을 가리킴.

* 수향(水鄕) : 하천과 호수가 있는 곳을 가리킴. 여기서는 형강(荊江)과 상수(湘水) 일대. * 백옥(白屋) : 티풀로 지붕을 엮은 초가. 일반 백성의 집을 가리킴.

* 울울(鬱鬱) : 농후한 모양.

* 고영(鼓迎) : 북을 치며 신령(神靈)을 맞이하다. * 비제귀(非祭鬼) : 아무 귀신에게나 함부로 제사를 많이 지내는 것을 의미함. 《論語·爲政》에 “제사 드릴 귀신이 아닌데도 제사를 드리는 것은 아첨하는 짓이다.“(非其鬼而祭之, 諂也.)

* 효금(鴞禽) : 올빼미의 일종. 한나라 때 가의(賈誼)가 좌천되어 장사(長沙)에 있을 때 올빼미가 날아들어 〈복조부(鵩鳥賦)〉를 지었는데, “복새는 효새와 비슷하며 상서롭지 않은 새이다.”(鵩似鴞, 不祥鳥也.)고 하였다. 고온다습한 장사에 있으며 명이 짧아질 것을 근심한 것이다.

* 흥진(興盡) : 흥이 다하다. ‘뜻을 이루었다’는 의미와 비슷함. *재무민(纔無悶) : 겨우 번민이 없게 되다. 《易·乾卦》에 “속세를 피하니 근심이 없다.”(遁世無憫)는 말이 있음.

* 골몰(汩沒) : 윤락, 영락, 몰락, 유랑.

* 의혹준중노(疑惑樽中弩) : ‘배궁사영(杯弓蛇影)’ 고사를 차용해 두보 자신이 병이 많고 의심도 많음을 비유한 것임. 후한 말 응소(應邵)의 《風俗通》에 의하면, 응소의 조부 응빈(應彬)이 지방 수령으로 있을 때 주부(主簿) 두선(杜宣)과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두선이 잔에 비친 활을 뱀인 줄 의심하고 놀라 병이 들었다가 후에 응빈이 실상을 파악해 알려주자 병이 이내 나았다고 한다.

* 엄류관상잠(淹留冠上簪) : 조정의 벼슬아치를 상징하는 조관(朝冠)과 조잠(朝簪)만 남아있다는 뜻. 두보는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이라는 이름 뿐인 직함을 지니고 있었음.

* 견거경위제(牽裾驚魏帝) : 위(魏)의 신비(辛毗)가 문제(文帝)를 놀래킨 고사를 차용해 두보 자신이 전에 방관(房琯)을 구하느라 숙종에게 직간을 해 노여움을 산 적이 있음을 비유한 것임. 《三國志·魏志·辛毗傳》 : 문제가 독단으로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려 할 때 신비가 잘못된 처사라고 직간하자 문제가 화가 나 자리를 떴음. 그러자 신비가 뒤쫓아가 소매를 잡아 끈 일이 있었음.

* 투각위유흠(投閣爲劉歆) : 한나라 때 양웅(揚雄)이 유흠(劉歆)의 아들 유분(劉棻)에 연좌되어 벌을 받을까 두려워해 천록각(天祿閣)에서 투신한 사건을 가리킴. 이 구절은 두보가 방관을 구원하려다 화주사공참군(華州司空參軍)으로 좌천된 사실을 말한 것임. 《漢書·揚雄傳贊》에 의하면, 왕망(王莽)이 정권을 찬탈하고 신(新)을 세운 뒤, 양웅은 친구 유흠(劉歆)의 아들이자 제자인 유분(劉棻)이 벌을 받자 자신이 연좌되어 형을 받을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투신해 거의 죽을 뻔 하였음. 한편 이 시구에서 劉棻 대신 劉歆을 쓴 것은 운자를 맞추기 위함임.

* 미재(微才) : 두보 자신을 낮춰 지칭한 것임. * 소흠(所欽) : 흠모하는 이. 시제 ‘호남친우(湖南親友)’라고 지칭한 담주(潭州) 막부에 있는 이들을 가리킴.

* 려불삼(藜不糝) : 《莊子·讓王》 : “공자가 진과 채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어, 칠일 동안 밥을 짓지 못했고 명아주 국에 쌀가루조차 넣지 못했다.(孔子窮陳蔡之間, 七日不火食, 藜羹不糝.)

* 오궤(烏几) : 오피궤(烏皮几). 앉아 기대는 용도로 쓰이던 작은 궤안(几案)

* 순의(鶉衣) : 짧고 숱이 없는 메추라기 꼬리 깃털처럼 볼품없이 낡은 옷을 가리킴. 《苟子·大略》에 “옷이 메추라기를 매달아 노은 듯 하다.”(衣若懸鶉)이란 말이 나옴.

* 유신(庾信) : 남북조 시대의 문인. 남조 양원제(梁元帝) 때 서위(西魏)에 사신으로 갔다 억류되어 벼슬살이를 했으며, 이후 북주(北周)에서 고관에 올랐으나 만년에도 귀환하지 못한 채 고향을 그리워하였다. 당시 지은 〈애강남부(哀江南賦)〉가 유명하다.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유신처럼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슬픔을 안고 있음을 말한 것임.

* 진림(陳琳) : 한말 건안칠자(建安七子) 가운데 하나. 그가 원소 밑에 있을 때 지은 격문(檄文)을 본 조조가 감탄하며 두통이 가셨다고 일화가 있으며, 원소가 패망한 뒤에는 조조 밑에 있으며 격문을 맡아 지어냈다.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은 진림처럼 도적을 토벌하는 격문을 지어 임금의 신임을 얻을 기회가 없었음을 말한 것임.

* 십서(十暑) : 건원 2년(759)에 촉땅에 들어가 대력 3년(768)에 장강 삼협을 빠져나왔다. 실제로는 9년이지만 대력 2년에 윤(閏) 6월이 있어 九暑라 하지 않고 十暑라 했다는 설이 있음. * 민산(岷山) : 사천성 송반현(松潘縣)에 있는 산. 촉땅을 가리킴.

* 삼상(三霜) : 대력 3년(768)에 장강 삼협을 나와 대력 5년(770)까지 대략 3년임. * 초호침(楚戶砧) : 초나라 땅에서 가을을 세 번 나며 겨울옷 짓는 다듬이질 소리를 들었다는 뜻.

* 도배금장좌(叨陪錦帳坐) : 체류하던 곳곳 지방관의 배려로 접대와 후원을 받았음을 말한 것임. 도배(叨) 외람되다는 뜻으로, 겸사(謙辭)로 하는 말임. 금장(錦帳)은 통상 낭관(郞官)의 직위를 비유하나 여기서는 지방관의 막빈(幕賓)을 가리켜 말한 것임.

* 구방백두음(久放白頭吟) : 늙도록 기용되지 못해 늙음을 탄식하는 시를 오랜 동안 지어내며 살았다는 뜻. 白頭吟은 본래 악부(樂府)의 편명이기도 함. 《西京雜記》에 의하면, 한나라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장차 무릉(茂陵)의 여자를 첩으로 삼으려 할 때 탁문군(卓文君)이 백두음을 짓고 결별하려 했다고 전해짐. 또한 남북조 이래 그 제목을 빌려 애원을 노래한 작품이 여럿 지어졌음.

* 반박(反樸) : 反은 返과 통함. 순박함으로 돌아가다. 《老子·反樸篇》에 “질박으로 다시 돌아간다(復歸於樸)이란 말이 있음 * 시난우(時難遇) : 자기 시대에 만나기가 어렵다는 뜻.

* 망기(忘機) : 기심(機心), 즉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기교를 쓰려는 마음을 버리다. 귀천과 영욕을 다 잊고 산다는 의미임. * 육이침(陸易沈) : 易陸沈과 같음. 쉽사리 은거한다는 뜻. 땅에 가라앉는다는 뜻의 육침(陸沈)은 은거를 비유함.

* 응과수립식(應過數粒食) : 밥알을 세어가며 먹는 것보다도 더할 정도로 생계가 어려움을 말한 것임. 서진(西晉) 때 장화(張華)의 〈초료부(鷦鷯賦)〉에 “숲에 둥지를 틀어도 나뭇가지 하나에 불과하고, 매번 먹어도 몇 낟알에 불과하다.”(巢林不過一枝, 每食不過數粒.)는 구절이 있음.

* 사지금(四知金) : 후한의 양진(楊震)에 관한 고사. 《後漢書·楊震傳》에 의하면, 양진이 창읍(昌邑)을 지날 때 그의 추천으로 창읍령(昌邑令)이 된 왕밀(王密)이 찾아와 금 10근을 뇌물로 주며 ‘밤이라 알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이에 양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아는데 무슨 소린가?’ 하니,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나왔다.

* 봉(封) : 증가되다, 첨가되다.

* 원화(源花) : 도화원(桃花源)의 복숭아꽃. 동진의 도연명(陶淵明)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다룬 이상향인 무릉도원(武陵桃源)을 가리키며, 여기서는 두보 자신이 안정적으로 머물 만한 호남(湖南)의 장소를 염두에 둔 것임.

* 초초(悄悄) : 근심하는 모양.

* 행약(行藥) : 약 기운이 잘 받도록 복약 후 걷는 것. 복약과 의미가 통함. * 병잠잠(病涔涔) : 약을 먹어도 병에 효과가 없어 아프다는 뜻. 잠잠(涔涔)은 잠잠(岑岑)과 통하여, 어찔어찔하거나 괴로운 모양을 가리킴.

* 예요(瘞夭) : 어린애를 묻다. 두보의 어린 딸이 도중에 상수(湘水)에서 죽었다고 전함. * 반악(潘岳) : 서진(西晉)의 문인. 장안에 가는 도중 태어난 지 수 개월이 된 아들이 사망했다. 이에 〈서정부(西征賦)〉에 “어린애가 신안 땅에서 죽어, 길가에 구덩이를 파 묻어주었다.”(夭赤子於新安, 坎路側而瘞之.)고 하였다.

* 지위(持危) : 위태로운 처지에 붙들어주다. 《論語·季氏》에 “위태한데도 부지하지 않고, 엎어지는데도 부축하지 않는다.”(危而不持, 顚而不扶.)라는 구절이 있음. * 등림(鄧林) : 지팡이의 별칭. 《山海經·海外北經》에 의하면, 과보(夸父)가 해와 경주를 하며 쫓아가다 갈증이 나 죽었는데 그 지팡이가 변해 등림이 되었다고 함. 이 구절은 호남의 친우들이 도움을 주길 기대한 것임.

* 차타(蹉跎) : 실족하다, 발을 헛딛다. 인생 행로에 차질이 있었다는 비유적인 표현임. * 학보(學步) : 《莊子·秋水篇》 : 연나라 사람이 조나라 한단(邯鄲)에서 그들의 걸음걸이를 멋지게 여겨 배우려 했다. 그러나 실패하고 자기 본래 걸음걸이도 잊어 버렸다.

* 지음(知音) : 마음속까지 온전히 헤아려주는 절친한 벗을 가리킴. 춘추시대의 인물 백아(伯牙)는 금(琴)을 잘 탔으며 종자기(鍾子期)는 감상을 잘하여 그의 연주에 담긴 뜻을 온전히 이해하였다.

* 소장(蘇張) : 전국시대 유세객 소진(蘇奏)과 장의(張儀). 언변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였음.

* 주송담(周宋鐔) : 주나라와 송나라를 검의 코등이로 삼다. 호남의 친우들이 두보의 재능을 오로지 천자(天子)만이 다룰 수 있는 특별한 검의 일부처럼 간주해 높이 평가해주고 있다는 뜻. 《莊子·說劍篇》 : “천자의 검이란 연나라의 계곡과 석성이 칼끝이 되고, 제나라 태산이 칼날이 되고, 진나라와 위나라가 칼등이 되고, 주나라와 송나라가 칼코등이가 되고, 한나라와 위나라가 칼집이 된다.”(天子之劍, 以燕谿石城爲鋒, 齊岱爲鍔, 晉魏爲脊, 周宋爲鐔, 韓魏爲夾.)

* 미호한(迷浩汗) : 성대하게 가득 차다. 迷는 가득하다는 뜻. 浩汗은 물이 성대한 모양.

* 득금음(得嶔崟): 嶔崟은 높고 험준한 모양. 이 구절은 앞 구절과 함께 《史記·李斯列傳》의 “태산은 흙더미를 마다하지 않아 그 거대함을 이루었고, 황하와 바다는 작은 물결을 가리지 않아 그 깊이를 이룰 수 있었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는 구절과 뜻을 같이 한다.

* 성부(城府) : 담주(潭州 : 지금 長沙)를 가리킴. 768년 이래 호남관찰사(湖南觀察使)의 막부가 있었음.

* 피안(披顔) : 얼굴을 펴다. * 천천(倩倩) :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모양. 이 구절은 두보가 호남 막부의 친우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이 웃는 얼굴로 맞아준 것을 언급한 것임.

* 일족(逸足) : 준마(駿馬)와 같음. 출중한 재능이나 인재를 비유함. * 침침(駸駸) : 내달리는 모양.

* 우직(愚直) : 두보 자신의 성품을 말한 것임.

* 황천(皇天) : 하늘을 높여 부르는 말.

* 공손(公孫) : 공손술(公孫述)을 가리킴. 왕망(王莽)의 신(新) 말기, 동한 초에 촉땅을 할거하고 백제(白帝)로 자칭하였다. 여기서는 당시 번진(藩鎭)의 군벌세력을 가리킴.

* 후경(侯景) : 북위(北魏) 출신으로 양(梁)에 투항했다가 배반한 장수. 당시 호남병마사(湖南兵馬使)로 반란을 일으킨 장개(臧玠)를 그에 빗댄 것임.

* 중원(中原) : 두보의 고향인 낙양(洛陽) 지역을 가리킴.

* 간과(干戈) : 방패와 창. 전쟁을 비유함. * 북두(北斗) : 임금이 있는 장안을 비유함.

* 외인천리정(畏人千里井) : 남에게 해를 입을까 염려하며 객지를 떠돌아다님을 비유한 것임. ‘천리정(千里井)’은 본래 ‘천리의 우물에 여물을 쏟아버리지 말라.’는 ‘千里井, 不瀉莝(불사좌).’라는 말에서 ‘不瀉莝’를 제외하고 변용해 표현한 것임. 당나라 때의 필기소설인 《蘇氏演義》에 인용된 〈金陵記〉에 의하면, 어느 고을 아전이 다시 올 일이 없을 걸로 예단하고 남은 말의 여물을 머물렀던 역사(驛舍)의 우물에 쏟아버리고 떠났다. 그러나 다시 오게 되어 그 물을 마시다 여물에 섞여 있던 가시가 목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래서 ‘천리 우물에 여물을 쏟아버리지 말라.“(千里井, 不瀉莝.)는 경계의 말이 있게 되었다고 함.

* 문속구주잠(問俗九州箴) : 국난으로 나라에 결점이 많아져 객지를 옮겨 다닐 때마다 조심해야할 것을 확인한다는 뜻. 문속(問俗) : 《禮記·曲禮上》 “입경할 때는 금지하는 것을 묻고, 입국할 때는 풍속을 묻는다.”(入境而問禁, 入國而問俗)이란 구절이 있음. 구주잠(九州箴) : 구주에 결점이 많다는 의미로, 본래 ‘九州箴闕’이라 해야 하나 시의 자수 제한 때문에 ‘闕’자가 생략된 것임. 九州는 옛날 중국의 별칭이며, 箴은 경계하도록 훈계하는 말. 《左傳·襄公四年》 : 옛날 주나라의 신갑이 태사가 되어, 백관에게 명해 왕의 잘못을 경계하는 말을 하게 하였다.“(昔周辛甲之爲太史也, 命百官箴王闕.)

* 전혈(戰血) : 대력 4년(769) 겨울 11월에 토번이 또 영주(靈州)를 침공했으며, 풍숭도(馮崇道)와 주제시(朱濟時)는 광남(廣南)에서 반란을 일으켰으며, 상(湘)과 촉(蜀) 땅이 어지러웠고, 하북(河北) 지역도 평온하지 않았다. 안사의 난이 일어난 이후 그때까지 여전히 국지적인 전란이 계속되었다.

* 갈홍시정해(葛洪尸定解) : 신선이 됐다는 갈홍이 시해하여 떠난 것처럼, 풍질로 고통 받는 자신도 머잖아 몸을 버리고 세상을 뜨게 될 것이란 의미임. 갈홍은 진(晉) 때 사람으로, 지금 광동성의 나부산(羅浮山)에 들어가 단약을 제조하였음. 전설에 의하면, 사후에도 안색이 생전과 같았으며 입관할 때 시신이 옷처럼 가벼워 사람들은 그가 시해하여 신선이 됐다고 여겼음. 시해는 죽음을 달리 이르는 말로, 도가에서는 육신을 놓아둔 채 혼백만 빠져나가 신선이 되는 것을 가리킴..

* 허정(許靖) : 삼국 촉나라 사람. 《三國志·蜀書》에 의하면, 동탁(董卓)이 권력을 잡은 후 죽임을 당할까봐 각지로 친족을 거느리고 피난생활을 하다 촉에 들어와 유비(劉備)에게 태부(太傅)로 임명되었음.

* 가사단사결(家事丹砂訣) : 이 구절은 객지를 떠도는 가족의 불안한 생활과 자신의 늙고 병든 상태를 언급한 것임. 丹砂訣은 연단(鍊丹)의 비결을 뜻함. 단사는 수은으로 이루어진 황화 수은으로 이뤄진 적색의 광물이며, 단약을 만드는 재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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