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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沙送李十一銜(장사송이십일함) 장사에서 이함을 떠나보내

by 오대산인

長沙送李十一銜(장사송이십일함) 장사에서 이함을 떠나보내며(七言律詩)


대종 대력 5년(770) 가을, 담주(潭州 : 호남성 長沙)에 머물 때 지었다. 이 해 4월 담주에서 장개(臧玠)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두보는 형주(衡州)의 뇌양(耒陽)으로 갔다 침주(郴州)로 피난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6월 경에 신임 담주자사 신경고(辛京杲)가 사태를 수습하자 뇌양에서 다시 북으로 길을 돌렸다. 그 무렵 두보의 친구로 옛날 동곡현(同谷縣)에서 같이 살기도 했던 이함(李銜)이 담주를 거쳐 북으로 가다 두보와 재회하였다. 동곡을 떠날 때 송별해 준 그를 12년 만에 다시 만났으니 두보의 심회가 어떠했는가? * 十一은 이함의 배항(排行).



與子避地西康州(여자피지서강주) 서강주에서 그대와 피난살이하다가

洞庭相逢十二秋(동정상봉십이추) 열두 해 흘러 동정호에서 상봉하였네.

遠愧尙方曾賜履(원괴상방증사리) 멀리서 부끄럽게도 상방의 신 하사받았다만

竟非吾土倦登樓(경비오토권등루) 끝내 내 고장 아니니 누대 오르기도 싫다오.

久存膠漆應難竝(구존교칠응난병) 오래도록 절친한 벗 중에 짝할 이가 없으나

一辱泥塗遂晩收(일욕니도수만수) 나야 진흙탕에 욕본 뒤 늙어져 이룬 것 없네.

李杜齊名眞忝竊(이두제명진첨절) 이두 같은 나란한 명성 내게 정말 과분하거늘

朔雲寒菊倍離憂(삭운한국배이우) 북쪽 구름 가을 국화에 이별 시름 배는 더하네.


* 서강주(西康州) : 당고조(唐高祖) 무덕(武德) 원년(618)에 설치한 행정구역으로, 치소를 동곡현(감숙성 成縣)에 두었음.

* 동정(洞庭) : 호남성 북쪽에 있는 호수. 장강의 중류 형강(荊江)의 남안에 위치해 있음.

* 원괴(遠愧) : 멀리서 부끄럽다. 광덕 2년(764)에 두보는 성도에 있으면서 엄무의 추천으로 검교상서공부원외랑(檢校尙書工部員外郞)에 임명되고 배어대(緋魚袋)를 하사 받았다. ‘원외랑’이라는 낭관의 직은 명목상 이름만 걸어둔 허함이었기 때문에 실제 조정에서 업무를 볼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멀리서 부끄러웠다고 한 것이다. * 상방(尙方) : 상방(上房)이라고도 함. 궁중의 음식과 기물을 주관하는 관서. * 사리(賜履) : 동한 왕교(王喬)의 고사를 이용해 두보 자신이 원외랑이 되어 비어대를 하사받은 것을 비유한 것임. 《後漢書·王喬傳》에 의하면, 왕교는 신비한 술수를 쓸 줄 알았다. 섭현령(葉縣令)으로 재임하며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조정에 들어갔는데, 명제(明帝)가 그가 거마도 없이 온 것을 이상히 여겨 조사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그가 올 때마다 동남쪽에서 오리 두 마리가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물을 쳐서 잡았더니 오리는 없고 신발만 들어있었다. 이에 상방(尙方)에서 살펴보게 했더니 4년 전에 상서(尙書) 관속에게 하사한 신발이었다.

* 경비오토권등루(竟非吾土倦登樓) : 《三國志·魏書·王粲傳》에 의하면, 왕찬이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의지해 있을 때 〈등루부(登樓賦)〉를 지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을 노래한 바 있음. 그 가운데 “비록 참으로 아름다우나 내 고향이 아니니, 어찌 잠시라도 머무르리오!”(雖信美而非吾土兮, 曾何足以少留)라고 한 구절이 있음. 당시 두보가 있던 장사(長沙)는 형주(荊州)에 속해 있어, 왕찬이 형주에 피난한 것에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것임.

* 교칠(膠漆) : 변함없이 견고한 우정을 비유함. 후한의 뇌의(雷義)와 진중교(陳重交)에 관한 고사로, 《後漢書·雷義傳》에 “아교와 칠이 딱 붙는다고 하지만, 뇌의와 진중교만 못하다.”(膠漆自謂堅, 不如雷與陳)는 내용이 있음.

* 일욕니도(一辱泥塗) : 진흙탕에 한번 빠지다. 두보가 숙종 때 좌습유(左拾遺)에 임명되었다가 방관(房琯)을 구원하는 상소를 올려 노여움을 사고 이후 좌천된 것을 비유함. * 만수(晩收) : 거두어짐이 늦어지다. 늙어서도 이룬 바 없다는 뜻.

* 이두제명(李杜齊名) : 동한의 이응(李膺)과 두밀(杜密)처럼 명성이 엇비슷해 나란한 것. 이함과 두보 자신의 경우를 그들에 비긴 것임. 《後漢書·杜密傳》 “이응과 함께 연좌되었으나 명성과 행위가 서로 엇비슷해, 당시 사람들 또한 ‘이두’라 병칭하였다.”(與李膺俱坐, 而名行相次, 故時人亦稱李杜焉.) * 첨절(忝竊) : 분에 넘쳐서 욕되게도 어떤 자리나 명성을 얻었다는 뜻. 겸사임.

* 삭운(朔雲) : 이함이 길 떠나가는 북쪽을 가리킴. * 배이우(倍離憂) : 이함이 장안으로 돌아가기에 향수가 더욱 생겨난 까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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