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괴물'을 넘어서
어릴 때부터 비교를 당하거나 꾸중을 심하게 듣고 자라게 되면 열등감과 수치심, 이 두 가지 감정이 내면에 점점 쌓이게 된다. 열등감이 커질수록 다른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자존감도 낮아진다. 학폭 가해자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열등감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괴물처럼 내면에 자리한 열등감을 키워 직장 내 괴롭힘 및 따돌림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타인과 비교를 하지 않는다.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며, 겸손해지며, 타인을 공격하지 않는다. 열등감 괴물이 되면 잠재적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꼭 칼을 휘둘러야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해 폭력적이고 무례한 말과 행동 또한 당하는 사람에게는 범죄이자 악행이 될 수 있다.
수치심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일수록 불안과 열등감이 크다. 불안이 많은 사람은 분노도 많다. 그 분노는 쉽게 타인을 향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는 각종 '묻지 마 범죄’를 양산하기도 한다.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몰래 숨어 익명으로 연예인의 기사에 악플을 달아서 상처를 주거나 소극적 분노나 악의적인 부정적 평가를 해서 상대방이 상처 받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변태적인 이상 성격자가 되는 사람도 많다.
이처럼 열등감은 모든 숨어있는 괴물 같은 감정의 근원이다. 애초에 그런 열등감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나게 될까. 사람은 태어난 이후 자신을 바라봐주는 부모에 의해 자신의 자아를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지가 결정된다. 미러링(거울 반영), 이 작고도 커다란 리액션 때문에 자라서도 사람들 앞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신감 없게 살며 불행감을 느끼게 된다.
“넌 왜 그 모양이야?”
“그 정도로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이나 하겠어?”
“너 자꾸 먹다가는 돼지같이 살찐다. TV에 저 사람처럼 뚱뚱해지면 어쩌니?”
“형 좀 본받아라. 커서 뭐가 되려고 저래.”
“100점도 못 받는 주제에...”
“준수 같은 애가 내 아들이었으면...”
이런 최악의 말들은 비수가 되어 아이의 심장에 꽂히고 열등감은 가시 돋친 엉겅퀴처럼 무성하게 아이의 내면을 채워가게 된다. 부모들은 평상시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 열등감이 생기는 말들을 듣게 되면 내면에 담겨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열등감의 또 다른 모습으로 흘러나온다. (자신도 모르게) 세상과 타인과 자아상을 파괴하는 언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열등감을 감춰야 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잘난 아이들을 괴롭히고 폭력행사를 하고 무안을 주고, 자랄수록 미친 듯 폭언 폭력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인다. 이런 상사나 이런 오너가 있는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사람이 부모이거나 아내나 남편이면 살 수 있을까.
나에게 상담받으러 오는 내담자들도 자신의 고통스러운 문제들 밑에 있는 열등감의 덩어리를 커다란 암처럼 매달고 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열등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열등감을 어떻게 승화시키고 자신의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 내면의 성장을 이루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 그래서 모든 열등감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는 내 열등감이 못난 자아상을 만들었지만 점차 그런 나 자신을 받아들이며 열등감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나 자신을 감추기 위해 했던 행동들을 멈추고 자기 노출을 했으며 열등감을 솔직히 시인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진심으로 높여주고 존경과 찬사를 보냈다. 나에 대한 비판과 비난도 덜 아프게 받아들였고, 그 비판을 아프더라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 년 이십 년을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사람들의 평가와 그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눈치만 보던 어린 지윤이 당당한 어른 지윤이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열등감이 제로가 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부모가 준 말의 상처 때문에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채 부모를 원망하며 수치스러운 감정에 쌓여 열등감 괴물로 살아야겠는가. 우리는 당당히 성인이 되었고 자아를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있는 열등감이 당신에게 있으면 어떤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공격하지 않는 노력만 하면 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기억하자. 우리는 자신을 알기 위해 끝없는 깨달음, 통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고 아껴주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로서 존재하며 ‘나’인 것을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열등감 괴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