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인정하라
우리의 모든 문제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흔히들 인생사에 대해서 희노애락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트라우마, 상처도 그렇다. 트라우마가 일어난 시기에 적절한 공감을 받은 사람은 같은 사건을 겪고도 트라우마로 남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얽매여 있는 것도 결국은 감정이다. 어려서부터 감정을 공감받지 못한 탓에 감정을 무시하는 법을 익혔다. 무시하는 것은 인정하는 것과 다르다. 그것은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억누르는 것이다.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억누른 감정은 사건의 기억과 함께 내안에서 계속 재생되며 나를 얽매인다. 무시하는 법이 너무 무의식적이어서 의식에 떠오르기도 전에 무시해버려 무슨 감정이 생겼는지도 모른 채 답답함만 느끼기도 한다. 그것도 채 느끼지 못할때도 있다. 나는 지난 글 '자유를 찾아서'에서 나로부터의 자유인지 남들 시선으로부터의 자유인지, 내가 찾는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그리고 이제 답을 찾았다.
내 모든 감정으로부터의 자유다. 하지만 그것은 조절도 통제도 절제도 아닌 인정이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을 인정하는 것이다. 슬픔도 아픔도 답답함도 조바심도 기쁨도 즐거움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음껏 감정들이 일어나도록 , 죄책감도 호불호도 어떤 꼬리표도 붙이지 않고, 그 감정이 있음을 알아주고 일어나는대로 느끼고 제갈길을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나의 생존을 위해 입력된 프로그래밍(인류는 오랫동안 단음식을 먹을 일이 많지 않았으므로 단음식에 제한이나 거부감이 없으나, 부패된 음식은 거부했던 유전자가 살아남았으므로 상한음식에 헛구역질등의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대로 감정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다 허용하자. 받아들이고 느끼자. 쉽지 않겠지만 모든 감정성으로부터의 자유에 한걸음씩 내딛어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