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인가? 아닌가?

by 김경애
찰스 레블 스탠턴 < Lady at the pond>

한 여인이 연못가에 앉아 물 속을 들여다본다. 물 속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비친다. 물 속의 저 사람은 여인 자신인가? 자신이 아닌가? 내가 내 아이를 볼 때도 그렇다. 내 몸 속 세포로부터 만들어진 내 아이는 마치 나 자신같다. 아니 그보다 더 소중하고 안타깝다. 내 인생이야 내가 어찌어찌 감당해보겠지만 아이인생은 내가 감당해줄 수가 없어 더 그렇다. 며칠 전 아들의 두번째 연애가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여자친구가 검정고시준비로 바빠 2주간은 못만나다며 여자친구가 대타로 아르바이트하는 초밥부페레스토랑에 가자며 온 식구를 불러모았다. 여자친구 아르바이트 시간에 맞춰서 가야한대서 남편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들어오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던 둘째아이는 원장쌤에게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꺼내어 다같이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레스토랑으로 갔다. 사진으로만 보고 실물로 보는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는데 작은 체구에 하얗고 귀염성있게 생겨 아들이 좋아할만 했다. 아들은 여자친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집에도 바래다 주고 싶어했는데 여자친구가 거절한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여자친구이야기를 했는데 여자친구가 자신의 다른 일과나 약속을 궁금해하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했다. 주말에 시댁가족을 만났을 때는 '결혼할꺼냐'는 어른들의 짖굿은 질문에도 '저야 그럼 좋죠'라며 쑥스러워 했다. 그런데 갑자기 헤어졌다고 하니 아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걱정되었다. 남편은 아들에게 처음으로 소주한 잔을 건넸고 아들은 쓰디쓴 소주를 원샷으로 들이켰다. 내가 대신 아파해줄 수 없으니 그렇게 슬픈 아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여자친구와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조금씩 덤덤하게 전여친이라 말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마음아프지만 그렇게 자신의 삶을 감당해내는 아들의 모습에 고맙고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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