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Charles Rebel Stanton, Lady at the pond

by 유승희
Charles Rebel Stanton, Lady at the pond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외면을 가꾸기


하얀 원피스를 입고 우윳빛 피부를 가진 한 소녀가 연못 속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얀 연꽃이 있는 연못 속에 자신을 들여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 옅은 미소를 띤 것 같은 표정은 연못 속에서는 다른 표정을 한 것 같다. 나는 현재 잘살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 몰두하는 것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에게 오롯이 몰두해서는 역효과가 날 것을 알기에 나는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나에게 몰입한다. 이상하리만큼 바쁘게 시간은 흐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꺼리는 일도 한다. 좋고 싫음이 분명해지다가도 다시 바뀌는 순간이 오면 놀랍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을까. 나를 잘 알아야 나를 지킬 수 있다.


최근 외면 가꾸기에 몰입하고 있다.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고 있다. 외모 가꾸기는 부지런해야 하는 것이더라. 늘 나가던 집 앞 거리도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피부과에 다니면서 피부에 대해서 등한시한 나를 반성한다. 팔자 주름도 관리하고 꺼진 이마도 관리했다. 점도 빼고 기미 주근깨도 관리받고 있다. 매번 너무 아프다. 다들 이렇게 아픈 걸 참는지 나는 받을 때마다 이게 맞나 한다. 운동도 주기적으로 한다. 외면을 가꾸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기분을 만들어줄 무언가가 있어 좋다.


내면을 가꾸기


1년 넘게 주기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내면의 내가 한결 편해졌다. 내 마음이 그렇다 해도 애써 감추고 살았던 지난날들보다 편안해졌다. 비워 내다보면 괜찮아진다는 말씀에 그렇게 해보았다. 애정하는 분의 한마디는 그렇게 내 일상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사람들은 가슴이 기억한다. 감사함과 지나치지 않는 그 마음을 새긴다. 막연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과 글쓰기는 매우 달랐다. 영광스러운 기분도 들면서 도서관 수많은 책 가운데 저자 이름이 등록된다는 행운을 누렸다. 2024년은 영광스러운 한 해였다. 참 좋은 한 해였다.


2025년의 나는 잘 살아 있는가. 연못 안을 들여다보는 나는 미소가 생긴다. 남편과 아이 모두 함께 첫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내면을 가꾸는 수많은 시간 속에 나를 돌보며 배워둔 일본어가 빛을 발했다. 뿌듯했다. 그 수많은 시간을 보상받았던 4박 5일의 일본 여행이었다. 코로나, 임신, 육아로 아직 아이가 어려서 8년 만에 방문한 일본은 그대로였다. 바뀐 건 나였지만 일본에 가자마자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갔다. 내면을 가꾸는 시간을 앞으로 40년 정도 더 하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까. 나의 마음을 더 전달 잘하는 할머니가 되어있을까. 말을 줄이고 조용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나에게 남은 내면을 가꾸는 숙제는 역시 ‘사람 간의 관계’인 것 같다. 슬기롭게 풀어나갈 나를 응원한다.


결국 나를 사랑하기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1년의 몇 달. 그 몇 달이 봄이다. 두 해가 넘어 겪어보니 봄이 오는 것이 살짝 두렵다. 2026년의 봄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때 어딘가로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지만, 결론은 나를 더 사랑하자는 것이다. 외면과 내면이 내 마음에 가득 들지 않으면 다시 스스로 비난하는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를 내가 오롯이 사랑해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받은 사람들에게는 사랑 준 사람을 닮아가는 일이다. 사랑받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랑받고 싶은 모양을 자신이 해보는 것이다. 인생은 탐험과 같아서 불공평한 삶이기도 하다. 나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어도, 나의 자식은 사람 듬뿍 받고 자랄 수 있는 ‘또 다른 창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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