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9. 망한 육아 (엄마 편)

“엄마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아.”

by 유쾌한 후추통

항상 나의 육아가 잘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떠올려 보면
꽤 크게 망했던 날도 있었다.


둘째가 유치원에 다니던 때였다.


어느 날
둘째와 집에 있다가 첫째를 학원이 끝나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나는 둘째에게 말했다.
“픽업 같이 갈까?”


그런데 둘째는
유튜브를 조금 더 보고 싶다며
집에 있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엄마 금방 다녀올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택이 문제였다.


어떻게든 데리고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잠깐인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유튜브를 보고 싶고,
나도 얼른 혼자 다녀오고 싶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의 니즈에 맞춘
꽤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바로
망한 선택이었다.



첫째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둘째는 정신없이 울고 있었다.


내가 첫째를 데리러 간 사이에

둘째는 영상을 보다 잠이 들었고

잠결에 눈을 떴을 때는 엄마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문제가 시작되었다.



둘째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잠깐 내려가는 것도,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것도,
유치원에 등원하는 것도.
모든 순간이 어려워졌다.


유치원에 갈 때마다 울었고
그렇게 매일 울었다.


유치원에서도
걱정스러운 전화가 왔다.


선생님도
아이에게 신경 써 보겠다고 해주셨다.


처음에는
그날의 일을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갑자기 아이가 등원을 거부하는 줄만 알았다.



며칠이 지나
아이의 행동을 다시 복기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날이었다.


잠에서 깼을 때
엄마가 없었던 그날.


나는 원인을 깨닫고
둘째와 시간을 내어 카페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그날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날 엄마가 너를 혼자 두고 나간 건
엄마가 잘못 생각한 거였어.
미안해.”


아이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그리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알았다.


아,
이거다.
사과해야 했구나.


얼마 뒤
유치원에서 연락이 와서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원인을 찾았어요.
이런 일이 있었고
아이에게 정중하게 사과했습니다.
아마 조금씩 좋아질 것 같아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둘째의 불안도
서서히 괜찮아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에게
굳이 겪지 않아도 될 경험이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원인을 찾았고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었고
아이는 그 사과를 받아주었다.



엄마의 사과를 받아줘서
정말 고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하게 된다.
부모도 아이를 알아야 한다는 것.


부모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알고 있으면
문제를 더 빨리 이해할 수 있고
조금 더 빨리
다시 연결할 수 있으니까.






심리학적 해설
아이의 분리불안은
부모가 사라진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이 설명되지 않을 때 더 커질 수 있다.
부모의 진심 어린 사과와 설명은
아이에게 다시 안전감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여운 한 문장
부모의 사과는
아이의 마음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이다.


with 냉철한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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