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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디깅 #2 - 10월

파랑과 빨강의 공존

22. 10

올해 가을은 그 멋진 붉음을 보여주지 않은 채 지나갈련가보다.

창공의 시린 푸름과 강렬한 붉음의 공존을 음악으로 대신해보자.


1. Forgotten Postcards (Lukehoward)

피아노의 건반과 발판이 움직이는 소리가 음악 사이에 있는 공백을 채워주는 느낌이다.

쉼표, 공백, 띄어쓰기처럼 작은 숨구멍이 느껴진다. 마치 초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듯하다.






2. Oblivion (Piazzolla)

애절하다. 아코디언의 풍부한 음색이 어쩌면 숨죽여 우는 여인의 울음 같기도 하고, 씁쓸하게 담배를 태우는 남자의 한숨 같기도 하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주마등을 보는 것처럼, 음악에는 쓸쓸함과 고독함, 그리고 한 철의 찬란함도 존재한다. 아코디언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압축했다 펼치기를 반복하며 그 속의 미련을 계속 확인하듯.


박규희의 클래식 기타와 박종성의 하모니카 조합이 상당히 어울리는 멋진 커버곡이다.

원곡보다 더 쓸쓸함이 묻어있다.






3. MALENA (Ennio morricone)

동네 사람들의 비난과 폭력을 당하고 마침내 그 모든 소동이 잠잠해졌을 때,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철없던 소년의 아련한 추억이 엔니오 모리꼬네 특유의 선율에 담겨 있다.

지난날의 달콤했지만 씁쓸한 추억이 소년 주위를 배회하며 그리움으로 번져 흐른다.






4. Kiri (Monoral)

애니 Ergo Proxy의 OP곡. 사실 이 애니의 ED가 그 유명한 라디오헤드의 Paranoid Android 였기에 묻히는듯 했으나, 의외로 상당히 멋진 곡이다. 'Kiri' 라는 제목의 의미를 추측하는 글들이 여럿 있지만 가사를 보건대 아마 영어 'Crane'의 의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처음 반주가 시작될 때, 특유의 90년대의 세기말 감성이 느껴지는데 때문에 더 애니 분위기와 어울린다.






5. The Middle of the World (Nicholas Britell)

그 유명한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탄 '문라이트'의 OST이다.

영화 속 배경도 그렇고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나는 이 음악을 들을 때면 바다 한가운데서 거센 바람과 파도를 온몸으로 견뎌내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샤이론의 생애도 이렇지 않았을까. 날카롭게 살갗을 베이는 바이올린의 연주가 귓가에 따갑게 맺힌다.






6. 심상 (이주영)

가을 하면 다들 생각하는 나름의 분위기가 있을 텐데, 이 곡의 분위기는 그 상상의 범주에 있을 법하다.

누군가는 이걸 쓸쓸하고 외롭다고 생각할 수도, 또 어떤 이들은 이 곡이 아주 따스하다고 느낄 듯싶다.

퇴근길에, 잠들기 전에 누군가의 이어폰 속에 흐르고 있을 곡.





7.춤 (이병우)

마더 OST의 대표곡 '춤'.

가을 하면 단풍도 낙엽도 좋지만 난 갈대밭이 떠오른다. 그리고 갈대밭 하면 영화 '마더' 속, 갈대밭 한가운데서 춤을 추는 모습이 그려진다. 괴물의 '한강 찬가'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후반부의 곡 진행에서 왠지 모를 '뽕짝', 즉 촌스러움이 묻어있는데 이건 결코 나쁜 뜻이 아니라 억척스러움이라는 의미의 표현이다.

이런 감정이야말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음악으로도 보여주는 듯하다.






8. You Need A Hero (Pages)

가을의 진한 황혼을 보며 집에서 한잔할 때 흐르면 좋을 음악이다.

레트로의 느낌도 물씬 나고, 특히나 곡 전반에 강한 타격감이 느껴지는 드럼연주가 일품이다.






9.Running Up That Hill (Placebo)

플라시보 특유의 글램 이미지를 극적으로 표현한 커버 곡.

원곡은 Kate Bush의 곡이지만 플라시보의 감각적인 스타일을 녹여내 완전히 느낌으로 편곡했기에 원곡과 다른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신디사이저의 주선율을 무거운 피아노로 바꾼 것도 현명한 선택. 그 덕에 원곡의 몽환적인 느낌보다 위험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로 탈바꿈을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기묘한 이야기4 버전의 곡도 있는데 원곡을 손봐서 더 풍부해진 곡으로 재탄생했다.






10. 자꾸 보게 돼요 (여우비랑)

10월의 디깅 마지막 음악은 여우비랑의 '자꾸 보게 돼요'이다.

가을의 공기는 차갑지만, 햇볕만큼은 아직 지난여름의 뜨거움을 간직한 채로 밝게 내리쬔다.

햇볕이 잘 드는 가을에 따뜻한 차와 함께하는 진정되는 음악으로 가을의 풍요로움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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