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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3 - 11월

초겨울의 생일

2022년을 한 달 앞둔 초겨울.

11월은 내 생일이 있는 만큼, 내가 오랫동안 좋아하는 곡들로 꽉 채웠다.



1. flight from the city (johann johannsson)

시카리오 ost를 생각하면 OST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새로운 표현력을 가졌던 작곡가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의 개인 작품도 멋진데 그 중 정말 좋아하는 곡.

오르페우스 신화를 해석해서 앨범을 구성한 만큼, 차분하고 정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거운 피아노의 건반 소리로 시작해서 과하지 않게 마무리 지음이 멋진 곡이다.


그의 사후 3달 후, 원곡을 재해석하여 춤과 함께 제작된 프로젝트 영상. 

기존 원곡이 웅장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편곡된 커버 곡은 오직 피아노가 중심이다. 

하지만 전혀 단조롭지 않고 오히려 음표와 음표 사이를 미끄러지듯이 흘러가는 피아노 선율이 돋보여 새롭다.






2. Stars (Diego Errazuriz)

나의 플리에서 한 2년을 가까이 한 해마다 가장 많이 들은 음악 1위를 차지했었다.

그만큼 사랑하는 곡. 이 곡도 피아노 소리가 전부고 그 소리마저 간신히 터치하는 조용하고 상당히 느린 곡이다. 천천히 움직여도 사이사이 느껴져 오는 곡의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고 명상, 수면에 아주 효과적이다.






3. Nella fantasia  (Celtic Woman)


켈트 음악을 듣고 있자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이 떠오른다. 문화권이 다른 음악이지만 우리도 전통 음악이 있어서 그런가. 천하태평에, 풍요롭고 평화로운 들판 위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Celtic Woman'의 음악은 성가나 여러 유명한 곡들을 그녀들만의 표현으로 재해석을 하는데 그 특유의 느낌이 마음에 무척 든다.






4. Fyrsta (Olafur Arnalds)


좋아하는 작곡가를 꼽으라 하면 다섯 손가락에 들 작곡가, Olafur Arnalds.

그를 알게 된 첫 번째 곡이다. 아이슬란드 작곡가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슬란드만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Olafur Arnadls 말고도 다른 아이슬란드 작곡가들의 곡에서 많이 엿보인다.

처음에는 단조롭게 피아노로만 진행이 되다가 1분대부터 바이올린의 등장으로 곡은 한층 더 깊어진다.

아이슬란드어로 첫 번째를 뜻하는 Fysta. 앨범의 첫 대문을 여는 곡이니만큼 앨범 전반의 분위기가 어떤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곡이다.






5. Dream3 (Max Richter)

Olafur Arnalds와 쌍두마차를 달리는 Max Richter. 그도 역시 아주 미니멀하고 서정적인 곡을 잘 만든다. 그의 대표곡인 ' On the nature of daylight'은 그의 역작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작곡 능력은 느린 곡에서 돋보인다.

이 앨범은 애초에 수면을 위한 앨범이니만큼 특유의 클래식하고 풍부한 느낌은 자제를 한 편이다. 곡의 의도에 맞게 무거운 음을 위주로 한 것이 그의 세심한 면을 알수있다. 바이올린보단 첼로를 선택한 것도 탁월하다. 마치 따뜻하고 두터운 손이 토닥거려주는 듯.






6. Joaqui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Juan Manuel Cañizares .ver)

모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말하길, 본인이 꼽는 곡 중 가장 어려운 곡이라 말한 'Aranjuez'.

난 이 곡을 마누엘 버전으로 처음 들었는데 그만의 시원시원한 손짓이 복잡한 음계 사이를 뛰어다닌다. 한때 '토요 명화'의 여는 곡으로 삽입되었던 곡이라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곡이다.

하지만 으레 클래식 곡이라는 게 연주자에 따라 완전히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마누엘 버전의 협주곡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의 감성이 참 멋지다.






7.The Gift Of Light (Steve Booke)

Steve Booke.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나는 주제곡보다 배경에 깔리는 BGM 위주의 삽입곡을 좋아하는 터라 다소 주목받지 못하는 작곡가들을 알아가는 게 재밌다. 그중의 스티브는 아주 베테랑급의 작곡가이다.

The gift of light는 처음 시작부터 전통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음악 전체에 깔리는 여성의 목소리는 어딘가 신비롭고 이국적인데 앨범이 정신 치유와 차크라라는 주제로 제작됐기 때문일 것이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이 음악만 들으면 흔히 생각하는 정적의 가까운 음악이 아닌데도 진정이 된다.

서양의 클래식 컬한 음악도 좋지만 이런 각국의 전통적인 색을 가미할 줄 아는 작곡가의 스펙트럼은 청취자로서 작곡가를 기대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8. Les Amants (Enrico Pieranunzi)

파리지엥의 꿈을 꿔본 적 있는가.

한 번도 가지 못한 유럽의 도시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아니나 다를까 Les Armants는 불어이자 연인들이라고 해석된다. 무엇이 되었든 이국의 낭만이 음악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피아노가 재즈의 기본을 놓치지 않고 뒷받침해 주고 클라리넷이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클라리넷의 담백하고도 두꺼운 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잔잔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믿기지 않게도 국내 프로그램에서 출연하여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다. 레코딩 버전에서는 들을 수 없는 피아노 버전은 또 색다르다.






9.Love is to die (Warpaint)

그녀들은 인디 록 밴드이지만 왜 난 이들에게서 보헤미안 스타일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미니멀스럽고 록답게 펑키함도 있고. 신디부터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지라 앨범의 몇 곡만 들어서는 그룹의 진정한 정체성을 단번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중 나의 베스트 곡은 'Love is to die'.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래된 구식 차를 타고 황혼을 질주하다 보면 낡아빠진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법한 곡이다.

뒤에 베이스로 깔리는 드럼의 연주가 환상적이고 힘 빠진 보컬의 목소리가 아주 잘 어우러진다. 가사 역시 어딘가 방황하는 히피의 감성도 묻어 있고. 어딘가 다소 과격한 제목은 멜로디를 감싸는 외벽과 같다.






10. Von (Zankyou No Terror ost)  (Arnor Dan)

11월의 디깅 마지막 음악은 Arnor dan의 'Von' 이다.

Von은 아이슬란드의 언어로, 희망을 뜻한다. 물론 이 제목은 삽입되었던 애니와 연관성이 깊지만, 꼭 애니와 연관 짓지 않아도 충분히 개별적으로 의미가 있다.

나는 일생에 한 번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은 나라로 항상 아이슬란드를 꼽는다.

아이슬란드만이 가지는 고유의 나라적 특색과 문화, 특히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이 저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막연한 환상을 일으킨다. 아이슬란드의 음악을 듣다 보면 아이슬란드어가 입안에서 겉도는, 굴러다니는 느낌을 받는데, 영어가 주는 언어의 특징과 달라서 새롭다. 항상 자연과 공동체로 살아가는 그들답게 가사도 자연 친화적이고 제목대로 희망찬다. 

그렇지만 그것이 막연하게 나아가자는 느낌은 아니라 오히려 차분히 밀어주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앞으로도 소개할 디깅에서 아이슬란드 노래가 자주 나올 예정의 전초라고 봐도 될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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