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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4 - 12월

2022년 마지막 음악

22. 12

2022년의 마지막.

추운 겨울 2022의 끝자락에서 듣는 시린 음악들



1. You Want It Darker (Leonard Cohen)

누군가가 크리스마스 때마다 듣는 음악이라며 소개했던 곡.

상당한 저음이 곡 전체에 울려 퍼지는데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가사는 상당히 종교적이다.

마지막 숨을 털어놓는 듯한 "You want it darker"는 고해성사와도 닮아있다.

그 사람은 왜 이 곡을 크리스마스 때마다 듣는다고 했을까.






2. Universe (Hazy)

노르웨이 작곡가 HAZY.

그의 음악들은 주로 차분한 음악들이 많은데 본인의 소개 글 역시 ' producing Ambient music'이라 지칭하고 있다. 지난 알송달송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유럽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곡가들은 주로 EDM 또는 조용하고 단순한 음악으로 크게 갈리는 듯하다.

일명 '조용한 음악'도 너무 종류와 특징이 프로듀서마다 제 각기지만 추운 나라에서 만드는 음악은 조용함을 넘어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매력이 깃들어있다.


 원곡도 충분히 좋지만 좀 더 느리고 울려 퍼지는 버전도 좋다.






3.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King Crimson)

크림슨은 아주 짙은 진홍색을 의미한다. 크림슨이란 단어가 두 번이나 들어갔으니 얼마나 핏빛이란 소리인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진수인 King Crimson 전설의 데뷔곡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은 여러 음악 장르에서 모티브를 따고 간주가 긴 게 특징인데 또 다른 대표밴드로는 그 유명한 핑크 플로이드가 있다.

앨범에 실린 5곡 중 두 번째로 긴 곡인데 중간중간 멤버들의 합창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뿐인가?

4:15부터 시작되는 틴 휘슬로 추정되는 피리 소리는 이 뒤로도 등장하여 곡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난해하고 알아듣기 힘든 가사와 혼돈의 앨범이 최고의 데뷔곡이라 소리 지른다.






4. Sad Girl (Lana Del Rey)

고전적이고 예스러움이 짙게 밴 Lana.

지금은 다소 덜하지만, 아직도 그녀의 유명세와 논란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것의 절정은 가사에서 엿보인다.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이고 심장 박동이 타고 흐르는 음악은 살아온 지난날의 우울을 대변한다.






5. Die for you (Joji)

그러니깐 이 사람이 유튜브에서 상당히 기괴하고 불쾌감이 넘치는 유튜버로서 활동한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이 맞을까? 다행히도 난 그의 과거(?) 시절, 'Filthy Frank'의 영상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를 JOJI로 먼저 알았는데 나중에 Frank 영상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더랬다.  

지금도 여전히 멀티 페르소나, 부케라며 다양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라는 설정이 존재하는데 이를 2010년대부터 실행한 사람이라니 신기할 노릇이다.  

곡은 잔잔한 음악에 진실한 가사로 겨울과 밤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특색있는 목소리가 아니고 어디선가 들었을 익숙한 목소리라 오히려 이런 담담한 가사를 뱉는 스타일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진 모르겠으나 그의 앨범만 보자면 현대인의 짙은 외로움을 달래줄 아티스트로 계속 성장할 듯싶다.






6.  Merry christmas mr lawrence (sakamoto ryuichi)

유희열 사태와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닌 이유로 수면에 떠오른 류이치 사카모토.

지난 세월 그가 남긴 음악들이 업적이 되어 현대 음악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곧 열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그의 온라인 콘서트가 무사히 성황리에 마치고 부디 쾌차하여 좋은 음악을 더 만들어줬으면 한다.






7. When I Fall in Love (Bill Evans Trio)

크리스마스엔 재즈.

공식까진 아니더라도 재즈가 가장 와인처럼 무르익을 땐 겨울밤에 잔잔히 흐를 때라고 생각한다.

재즈에도 수많은 악기를 이용한 여러 분위기가 존재하지만 빌 에반스의 곡들은 단순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결코 허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앨범 속 곡들이 솔로 피아노로서 재즈가 갖추어야 할 것들을 모조리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독특한 작곡 능력이 느껴진다.

화려한 기교의 재즈도 좋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곳에서 부드러운 곡을 듣는 걸 추천한다.






8. Home(Bones and All ost)  (Trent Reznori)


이번 달 추천곡 첫 번째 트랙 "You want it darker"가 생각난 이유는 이 영화 때문이다.

본편에는 전혀 나오진 않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선택으로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 "You want it darker"가 깔렸기 때문이다. 본즈앤올의 겉면만 보자면 You want it darker를 고른 티모시의 안목이 탁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영화 마지막을 장식하는 Home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Home"이라는 단어와 가사에선 상영시간 동안 주인공이 성장하는 로드무비로서 그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정처 없이 자신이 발붙일 곳을 찾아 헤매는 불안하고 쓸쓸한, 어딘가 외로운 그들의 삶을.






9. Get You ft. Kali Uchis (Daniel Caesar)

짙은 R&B와 소울이 담긴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한때, 이 아까운 실력이 빛을 발휘하지 못한 채 노숙자 생활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R&B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벌스 부분에서 비트 드랍을 넣어 곡 반전을 일으키는 게 유행처럼 번졌는데 다행히도 이 곡은 그런 노선에서 벗어나 정도(道)로 뻗어나간 곡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제일 아래에 깔린 베이스의 멋진 실력이 보컬과 완벽한 합주를 이룬다.

재즈와 더불어 R&B, 특히나 흑인의 곡이라면 스캣이나 리프 등 여러 테크닉을 기대하지만 글쎄….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기술만으로는 노래 한 곡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고 반대로 그런 것 없이도 성공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담담하고도 담백한 그의 보컬이 겨울밤을 녹이기엔 충분하다.






10. Passage to Eden (Ivan Torrent)

사운드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매년 내가 제일 많이 들은 곡들을 순서대로 배열해주는데 올해는 이 곡이 1위를 차지했다. 난 언젠가부터 "Epic Sound"라는 일종의 장엄한 곡들을 듣게 됐는데 이 장르에서 "Thomas Bergersen", "Two steps form hell" 등의 주옥같은 작곡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Ivan torrent"도 그 때 발견한 작곡가 중 한 명이다. Epic Sound답게 박진감이 넘치는 음악들이 주를 이루지만 "Passage to Eden"은 다른 음악과는 달리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피아노로 시작하여 천천히 발걸음에서 이내 날아오르는 듯한 고양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역시나 이런 류의 곡 답게 여성 보컬이 울려퍼지는데 특유의 켈틱 느낌도 나서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슷한 음악으로는 thomas bergersen - remember me, promise / Wahe Guru - Wedgwood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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