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안녕? 엠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너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 너와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나라에 살면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내 생각이 잘 못 되었음을 알았어. 문화가 다르더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어. 내가 태어난 이곳에서는 속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 친구, 가족이라도 혹시 나의 마음으로 인해 그들이 상처받을까 봐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녔지.
근데 직접 보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거리가 주는 안심일까? 왠지 너에게는 나의 속 안에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더라. 영어로 표현해서 내 말이 너에게 잘 전달되었을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의미가 통하고 서로 그 의미를 모르면
What does that mean? 을 반복하면서 한참을 서로 웃었지.
사람을 실제로 보고 이야기해야지 오해가 없다고 배웠어. 그래야 그 사람의 감정을 알고 대처할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이 이야기를 다르게 생각하면 실제로 보고 이야기 한다면 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고, 나의 감정을 숨기느라 속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하지 못하겠더라고.
나의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할 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동정심, 경멸, 공감하지 못하는 눈빛이 두려웠어. 그래서 간직만 하고 있었던 이야기를 시차가 7시간이나 나는 먼 곳의 너에게 전달했지.
너의 Good morning에 It's a good lunch라고 대답하면서, 우리는 시차를 느끼며 '낄낄'대면서 웃었지.
이런 편안함이 좋았어.
그리고 드디어 나도 용기를 내어 세상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어. 2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했지만, 네가 당장 시작해 봐라는 말에 힘을 입어서 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 680만으로 휴가를 얻어서 혼자 여행을 떠났어.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서 영어권 나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해서 너와 고민한 나라가 한국에서 많이 가는 호주였지!
새로운 세상이었어. 물론 돈이 넉넉하지는 않았고, 중간에 신용카드도 사용했었지. 나의 사정을 알고 네가 제안한 여행용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작은 돈이었지만 어느 정도 수입을 여행하는 법도 배웠어. 캥거루 고기의 강한 육향이 아직도 내 입에서 맴도는 것 같아.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였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신경 쓰지도 않더라고.
짧은 인연이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고, 서로 메신저도 주고받으면서 여행하는데 도움이 되었어. 여행을 하면서도 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 나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핀란드도 그리 멀지 않다는 걸 체험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 네가 무척 보고 싶어지더라.
호주를 누비면서도 너와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늦지만 너의 답장을 기다리면서 지내다 보니 혼자 여행하는 느낌보다는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혼자는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덜 해진 느낌이었어. 오늘의 너는 어떻게 지내니?
오늘도 핀란드의 자연에서 행복함을 느끼니? 따뜻한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고 스크램블과 갓 구운 빵으로 브런치를 즐기는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네 덕분에 늦가을의 쓸쓸한 낙엽으로 물들어져 있던 나의 삶이 호주의 강렬한 태양처럼 역동적으로 변했고, 핀란드의 새소리처럼 밝은 지저귐이 생겼어.
다시 돈을 모아서 너를 보러 가는 그날을 기다릴게. 너의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