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이 말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고마운지도 모르고!"라면서 퉤 침을 뱉듯이
말을 내뱉고는 침묵이 감돈다.
옷이 줄어든 게 속상한 게 아니야
점점 내가 없어지는 게 싫어서 그런 거야
같이 산다는 건 서로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인다.
삶은 감자를 두 개를 쉬지 않고 먹은 듯
목에서 내려가는 가슴이 꽉꽉 막힌다.
답답하여 죽을 거 같은 건 나이기에
물이 필요해서
조용히 다가가
"미안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당신이 한 걸 부정하는 게 아니었어.
지금까지 빨래해 준 거 너무 고마워."
"앞으로 건조기 돌리지 말아야 할 건, 내가 따로 빼놓을게."
이렇게 다시 건조기는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