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
기욤 뮈소라는 이름을 떠올리면서 책을 자세하게 읽을 준비를 한다. '종이여자', '구해줘', '브루클린의 소녀'를 읽으며 이미 반전과 중간 중간 심어두는 힌트들이 '아차' 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서를 숨기는 솜씨가 능수능란하고, 그 단서를 향해 독자의 시선을 유도하는 데에도 천재적이다. 『미로 속 아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작품 속 복선들은 은밀하게 하나씩 풀어 놓았다. 무심코 지나친 문장 속에서, 엇갈린 대화 속에서, 심지어 한 번 스쳤던 시선 속에서 작은 조각들이 흘러나왔다. 그것들을 하나둘 모으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퍼즐이 완성되는데 이 부분이 기욤 뮈소 책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추리적인 측면 뿐 아니라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심리, 사랑의 권태기, 열정과 욕망, 그리고 감춰진 내면의 그림자까지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중에서도 오리아나의 말은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시작할 때부터 이별이 예정되어있는 거야.이 세상의 모든 연인들은 누구나 권태를 경험하게 되어 있어.우리는 예측 가능한 미래를 얻는 대신 뜨거운 열정을 잃게 되니까.”
차가우면서 묵직한 문장인데.. 읽으면 온기가 아니, 현실이 다가온다. 오래도록 부정해 온 진실이 조용히 내 앞에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나는 내 실존의 방관자에 머물지 않고, 내 실존에 온 마음을 다해 참여한다.내 삶이 비로소 내가 더는 믿지 않게 된 약속들을 지킨다.나는 너무 오랫동안 내 마음을 벽장 속에 꽁꽁 가둬두었고, 희망과 욕망을 억눌러왔다.불과 몇 주일 만에, 그토록 암울하던 내 삶의 지평선이 밝은 하늘을 향해 점점 열리고 있다.다시 새날이 밝아오고 있다.”
문장이 좋았다. 그냥 쓰여진 문장이 아닌 작가가 긴 시간 생각해서 쓴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랫동안 방치된 내 안의 무언가가 다시 고개를 내미는 순간이었다.
'미로 속 아이'는 에필로그까지 반전을 주는 책이어서 디저트까지 맛있는 식당에 온 느낌을 주었다. 책장을 덮었는데도 여전히 이야기의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반짝였다. 기욤 미소가 나를 책 속의 미로로 안내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