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은 언제나 겁이 많았다
바람에도 놀라고 그림자에도 달아났다
나는 그녀가 불안해서 도망친다고만 여겼다
그래서 따라가 보았다
도망가는 발자국을 따라 숲 속을 달리다 넘어져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그때 알았다
그녀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금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 도망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오래된 약속이었다
나는 포식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진흙에 쓰러진 나를 보며 알았다
나 역시 초식동물이라는 것을
겁 많고 불안하여 숨어야 살아남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달아나며 살아남고 숨으며 숨결을 잇는다 겁이 많다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끝내 살아내려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