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by 트래거

모기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생명

피를 빠는 순간조차

혐오감을

존재의 흔적은

죽음으로만 씻겨 내려간다


윙윙거림이

귀에서 맴돈다

나는 지금

그 모기와 다를 바 없다


그녀의 곁에 닿는 순간

나는 성가신 소음일 뿐

손끝에 쉽게 지워질

불필요한 점 하나일 뿐이다


내가 건네는 말들은

길 잃은 얇은 날갯짓처럼

괴롭기만 하고

끝내는 휘둘린 손바닥에

무의미하게 부서진다


그녀가 나를 불필요하다 여길 때

나는 이미 모기의 운명을 살고 있었다

사라져야만 안도할 수 있는 존재,

지워져야만 평온해지는 그림자


그런데도 나는 떠나지 못한다

쫓겨날 것을 알면서도

한순간 스친 체온을 위해

어둠 속을 끝없이 맴돈다


그 마지막 미련이

차갑게 식어가는

날개를

느리게라도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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