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by 트래거

누나가 남기고 간

나무 식탁 위에서

우리는 밥을 먹고, 책을 펼치고,

하루하루를 쌓아 올렸다


나는 늘 대리석 식탁을 꿈꾸었다

시골의 좁은 부엌에서 자라던 때,

반짝이는 표면 위에 놓일

내 삶을 오래 그려왔다


결혼 후, 네모난 나무 위에

식탁보를 덮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다독였지만

마음 한구석엔

차갑고 매끄러운 돌 위의 환상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반대만 하던 아내가 말했다

아이가 태어났으니 더 큰 식탁이 필요하다고

우린 결국 여섯 자리를 품은

세라믹 식탁을 들였다


십 년을 버티며

웃음과 다툼,

우리의 계절들을 함께 삼킨 나무 식탁은

당근에 네 장의 지폐로 팔려 나갔다


새 식탁 위에 앉아도

기대보다 먼저 찾아온 건

익숙한 것들이 떠나간 자리의 공허함


네모난 나무 위에 내려앉던

추억의 부스러기들이

불현듯 4만 원의 값으로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우리가 앉는 자리는 식탁이 아니라,

함께 쌓아 올린 시간이라는 것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