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는
거울을 마주하지 않았다
검은 틈에서
이름 모를 형체가 기어 나올까
숨을 죽이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안다
거울이 불러내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밝을 때의 나는
능숙하게 가면을 쓴다
웃음도, 말투도, 눈빛까지
그 모습이 반사되어 나를 잠식한다
어둠 속 거울은
깊은 내면의 불안을 보여준다
그 안에 선 존재는
내가 아닌 듯, 낯설고 두렵다
한때는 있었다
그 낯선 얼굴까지도
두려움까지도 껴안아 주던 사람
내 그림자를 사랑해 주던 눈빛이
이제는 없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가면 뒤에 숨은 낮의 나와
거울 속에 부유하는 어둠의 나뿐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거울을 오래 보지 못한다
그곳에 선 모습이
내가 아니면서도
내 전부이기 때문에
.
.
.
나의 어둠을 알아주던 유일한
그녀가 유독 그리워지는
밤이다
밤의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