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by 트래거

집에 들어오면

뒤집힌 양말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아버지는 늘 일을 마치고 와서

양말을 아무렇게나 툭 던져놓았다

엄마는 묵묵히

그것을 주워 세탁기에 넣었다

아무 말 없이, 늘 그랬다


나는 그게 꼴 보기 싫어

아버지에게 소리를 질렀다

제대로 좀 하라고

버럭 뱉어낸 말은 허공을 배회하였고,

돌아온 건 욕설뿐

그리고 변하지 않는 양말이었다


군대 다녀온 형도

똑같이 양말을 벗어놓았다

엄마는 그걸 다시

세탁기에 넣었다

마치 그게 당연한 일처럼


나는 형에게도 소리를 질렀다

돌아온 건

주먹이었고

그날 밤

내 마음에도 멍이 들었다


나는 집에 오면

양말을 가지런히 벗어

세탁실에 넣는다

누구도 보지 않는 작은 다짐처럼


엄마의 얼굴은 언제나 그늘져 있었다

그늘은 양말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욕설이 스며든 저녁 식탁

주먹이 오갔던 거실

그 속에서 가장 조용히 상처 입은 사람은

늘 엄마였다 구겨진 양말처럼...


나는 오늘따라

엄마의 그늘진 얼굴이 더 보고 싶다

비뚤어진 양말처럼 엉켜 있던 날들 속에서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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