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다
꼭 너와 헤어지고 나면
몸이 아프다
'건강히 잘 지내'라며 헤어진 지
몇 시간 만에 반대로 나는 시들어간다
낙엽이 되어 바스러진 내 머리
약해진 틈을 알고
바이러스들은 어김없이 찾아와
내 몸을 파고들고
열을 일으키고
밤마다 잠을 앗아간다
수없이 헤어짐을 반복하며
나는 감기에 걸리고
감기는 나를 흔들어
내 안에 있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끝내 드러나게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감기보다 더 깊은 병은
네가 없는 이 세상이라는 것을
나는 너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배우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네 이름을 부르며 기침을 한다
밤이 깊어지고
창밖에 바람이 불어와
낙엽을 쓸어가도
내 가슴속의 그리움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감기에 걸려도 좋고
감기에 걸린 아픔 속에서도 좋으니
다시 너와 함께 걷는 꿈을
한 번만 꾸고 싶다고
하늘을 보며
조용히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