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by 트래거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다.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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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하나씩 낮아질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가라앉는다.


가을이 남기고 간 온기들은

이제 느낄 수 없다.

바람 사이로 스치던 마지막 낙엽들은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른 채 사라졌고

나는 그 자리에 혼자 남아

계절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있다.


발끝에 부서지는 살얼음은

언제부턴가 그녀의 말로 변해

점점 더 슬프게 바스러진다.

작고 하얀 조각들이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발끝을 찌르더니

마침내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조각낸다.

나는 그 아픔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굳이 묻지 않는다.

그녀의 말에는 늘

겨울의 침묵이 숨어 있었으니까.


“난 오히려 더 차가워졌어.”

그녀가 던진 이 한 문장은

묵직하게 가라앉아

내 안의 온기를 천천히 삼켜버렸다.

한때는 나를 뜨겁게 타오르게 하던 그 목소리가

이제는 살을 에는 칼날처럼 느껴져

나는 그 말의 형체조차

마주 보기가 두려워 조용히 숨죽인다.


그녀가 만든 정육각형의 얼음 틀 안에서

나는 점점 모양을 잃어갔다.

숨도 얕아지고

눈빛도 흐려지고

온기라고 부를 만한 것은

어느새 내 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혹시라도 누군가 손을 잡아준다면

부서질 것만 같은 상태로

그렇게 오래,

아주 오래...


그녀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아주 작은 숨소리에도

내 주변의 모든 빛이 꺼지고

하늘조차 잿빛으로 가라앉을 만큼의 힘.

그녀가 침묵하면

세상은 더욱 깊은 파란색으로 물들어

내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고

끝내는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사라진다.


가을의 빨강과 노랑은

기억하려 할수록 더 멀어진다.

달아오르며 흔들리던 단풍의 떨림도,

햇빛에 반짝이던 노랑의 온기도,

이제는 모두 사라진다.


나는 그 빛을 더 이상 되살릴 수 없다.

되돌아오지 않는 계절이

얼음보다 더 차갑다는 것만을

조용히, 천천히 깨닫는다.


지금, 내 시야에 남아 있는 것은

침묵 속에서 더욱 짙어지는

검푸른 겨울의 숨결뿐이다.

손끝이 저리고

가슴이 뻐근하게 조여 오고

내 안의 시간은 얼음 아래에서

움직임을 잃은 채 머물러 있다.


그래서 나는 안다.

녹지 못한 사람은

결국 겨울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자신을 얼려버린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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