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잡지 못했다.
내 눈앞에서 작디작은 날파리가 날아다닌다.
소리도 없이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그 녀석이 날아다닌다.
읽던 책을 덮고, 내 손이 글을 놓치기 싫어하는 책 표지처럼 '쾅'하고 닫아본다.
나는 잡지 못했다.
세월이 빠르면서, 야속하다. 나의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건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느려지는데 작디작은 너는 더 빨라지는 게 서럽다.
잡은 줄 알고 손바닥을 쳐다보면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 손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망막 뒤에 자리 잡은 작은 점 같은 그 녀석이 다시 앞에 있다.
달 속에 있는 작은 점처럼 그 녀석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다시 손뼉을 친다.
나는 잡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서 그 녀석을 찾아다닌다.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허탈하게 자리에 앉아서 허공을 응시한다. 작은 점이 지나간다.
나는 잡으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