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11분

불면

by 트래거

111

222

333

444

555

666


1시 11분

뿌연 연기가 머리를 가득 채운다.

흐릿한 눈물이 흘러내린다.

터치를 하여 시간을 확인한다. 1시 11분


2시 22분

생각의 파도가 바람을 타고 넘실댄다.

그 생각을 타고 내게 무엇인가 뿌리내린다.

그 씨앗은 새로운 세계로 나를 데려가준다


3시 33분

기다리다가 망설이는 시간이 된다.

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놓쳐버리는 시간이 된다.

무엇이든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이 타이밍은 맞추기 어렵다.


4시 44분

죽음이라 불리지만, 내게는 사랑이라는 숫자로 보이는

이 시간이 가장 또렷하다.

그 또렷함에 다시 기대어 보며 희망을 품는다.


5시 55분

혈액을 검은 액체로 채운다. 향긋함은 양귀비 꽃을 태워서 흡입하는 듯 중독되어 온다.

그 향기가 그대의 향기로 바뀌어 다가오는 시간이다.


6시 66분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어둠이 눈밑까지 내려옴을 인지하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이다.

어둠 속으로 나를 던져 놓는다. 마치 지난 시간은 꿈이었던 것처럼.


나의 1시간 11분 차이나는 새벽은

그대와 함께하는 시간이기에 값어치가 있었지만

지금의 이 시간들은 내게

흘러가는 시간이 되어버렸음에

창문을 열고 가을바람을 느낀다.

모기장에 걸리는 바람이 싫어서 그것도 열어본다.

맨몸의 나에게 새벽공기가 차게 다가온다.

한 발자국 다가가

고개를 내민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의 환희로

가슴의 색도 바꾸어준다.


한 걸음이면 새벽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선홍빛이 아닌 살구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내일의 1시간 11분을 다시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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