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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Jul 17. 2021

첫째가 처방 사료 먹는데 둘째가 같이 먹어도 될까요?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09

사람과 마찬가지로 털북숭이에게도 하루에 요구되는 필수 영양소들이 있어요. 하루에 사료를 먹으면서 총 몇 칼로리를 섭취해야 하는지, 그중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양이 몇 % 여야 하고 칼슘, 인, 구리와 같은 미네랄과 여러 비타민은 얼마나 들어가 있어야 하는 지를 항목별로 정해놓은 거죠.

이러한 필수 영양소들에 대한 기준은 해외 여러 단체에서 동물의 종에 따라 정해요. 강아지와 고양이는 서로 필요한 영양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정의할 필요가 있죠.(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05를 참고하세요!) 그런데 같은 종이라 할 지라도 대개 두 가지 조건에 따라 그 구성 비율이 조금씩 달라져요.


우선은 나이.

꼬물이, 성장기, 일반기, 노령기 보통 이렇게 나뉘어요. 무럭무럭 자라날 땐 아무래도 동일한 체중의 성견 성묘에 비해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해요.(3kg 아기 레트리버와 3kg 성견 몰티즈에게 필요한 영양소의 차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겠죠! 체중은 같아도 성장기의 아이는 1.5~2배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해야 해요.) 뿐만 아니라 성장을 위해 어린아이들 식사에는 단백질과 칼슘, 인 등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견용에 비해 해당 성분의 비율이 더 높요. 그래서 나이에 따라 그에 맞는 영양소의 비율을 정해 두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건강 상태.

예를 들어 콩팥이 안 좋은 아이의 경우 '필수 영양소'를 전부 공급하면 오히려 몸이 더 안 좋아지게 돼요.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영양소를 처리하는 데 문제 생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를 보해 주기 위해선 단백질이나 인, 나트륨 등의 함량을 줄여야 해요. 이런 식으로 콩팥, 심장, 간, 췌장, 장, 당뇨, 결석 등 각종 질환에 따른 최적의 영양소 비율이 정해져 있어요.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필수 영양 성분을 일부 부족하게 혹은 넘치게 만든 사료가 바로 처방 사료예요.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아이들에게 처방 사료를 제공했을 땐 일부 영양소의 결핍 혹은 과다가 발생할 수 있어요. 히 결석 용해 사료나 간, 콩팥, 심장 질환용 처방 사료는 영양소의 불균형이 심하게 만들어져 있기에 더욱 주의해야 해요.


처방 사료의 힘은 정말 대단해요. 실제로 신장 기능 저하가 심한 아이들은 처방 사료로 바꿔만 줘도 혈액 검사 결과가 많이 개선돼요. 간 기능 저하로 헤롱헤롱 하는 아이(간성 혼수)도 간 환자용 처방 사료를 먹고 난 뒤부턴 신경 증상이 사라지도 하고요. 이렇듯 대단한 처방 사료의 힘을 사용할 때 꼭 명심해야 할 점들이 있어요.


첫째는 적절한 시점에 처방 사료 급여를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동물 병원에서 털북숭이에게 심장병이 있다는 이야길 듣고 나서 바로 심장 질환용 처방 사료로 바꾸시면 안 돼요. 처방 사료는 급여가 지시되는 '시점'이 있기 때문에 꼭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 후 알맞은 시기에 해당 사료를 제공해 주세요.


다음은 한 아이가 여러 질환이 있을 경우예요. 소싯적에 방광 결석으로 피오줌 좀 쌌던 아이가 결석 제거 수술을 받은 뒤 결석 예방 사료를 먹고 있어요. 그런데 몇 년 뒤 안타깝게도 심장병을 진단받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어떤 사료를 먹여야 할까요?


1. 결석 예방용 처방 사료

2. 심장 질환용 처방 사료

3. 1+2로 반반 섞어서 제공


정답은!?


2번!


결석 예방 사료는 대개 나트륨이 높게 들어가 있어요. 하지만 심장 환자의 경우 증상이 없는 초기라 하더라도 고 나트륨의 식단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결석 예방 사료먹이는 게 좋죠. 하지만 따라서 심장 질환용 처방 사료가 추천되지 않는 초기 심장질환의 경우엔 나트륨 성분이 은 결석 예방 사료나 일반 사료로 전환하는 것이 좋을 수 있어요. 물론 심장병이 더 진행된다면 심장 질환용 처방 사료로 바꿔야겠죠.


처방 사료라 함은 위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해당 질병으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를 보완해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영양소를 조절해 놓은 거예요. 그런데 이건 필요한 식사량을 해당 사료 먹은 경우 맞춰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료와 섞어서 급여하는 순간 처방 사료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우린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되죠. '뭣이 더 중헌지' 잘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돼요. 물론 이 결정은 주치의 선생님과 함께 내려야겠죠.




p.s.

 내 새끼 아프다 해서 기껏 처방 사료 사다 줬더니 냄새 한 번 맡고서는 흥! 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온갖 방법을 써봐도 자기 처방 사료만 빼고 간식만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는 철 없이 귀여운 모습을 보는 순간, 보호자로서 가슴과 지갑이 아려오죠.(대개 처방 사료는 일반 사료보다 비싸요.ㅠㅠ) 어쩜 이리도 우리의 마음을 몰라주는지... 

하지만 포기하시면 안 돼요. 아픈 털북숭이에겐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식단이 중요하기에 주치의 선생님에게 처방 사료를 먹일 것을 권유받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먹여주셔야 해요.

포기하지 말고 우리 조금 더 힘내 봅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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