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북숭이들은 왜 충치가 없을까?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반려 동물 TMI - 충치

사람이 치과를 방문하는 목적 1위는 바로 '충치와 잇몸치료'라고 해요. 그중에서도 충치가 압도적으로 많을 거 같아요.

그런데, 혹시 털북숭이에게 충치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거나 본 적 있으세요?

(참고로 전 10년 동안 동물 병원에서 일하며 딱 한 번 본 적 있습니다.)

사람과는 달리 털북숭이들에겐 충치가 잘 안 생겨요.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분 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털북숭이에게 충치가 안 생기는 이유

1. 치아의 생김새

털북숭이들의 치아는 사람과 달리 윗면이 평편하지 않아요. 치아가 뾰족하게 생겨서 음식물이 치아 표면에 덜 밀착돼요.

2. 치아 간격

정상적인 형태의 구강 구조를 가진 털북숭이는 치아 사이 간격이 넓어요. 이러한 치아 배치 구조로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지 않아요. 그래서 치실이나 치간 칫솔이 필요하지 않죠.

(하지만 유치가 남아 있거나 단두종의 경우 치아 사이 간격이 좁아 음식물이 끼는 경우가 있어요.)

3. 식단의 차이

일반적으로 털북숭이들이 먹는 음식은 사람에 비해 탄수화물의 비중이 적어요. 충치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탄수화물에 있는 당 성분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적을수록 충치 발생률이 떨어지죠.

4. 침의 성분

털북숭이의 침에는 아밀라아제라고 하는 소화효소가 사람에 비해 적어요. 아밀라아제는 탄수화물의 당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해요.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그래서 같은 음식을 먹어도 털북숭이의 입 안에서는 당이 덜 생성돼요.

5. 침의 pH

털북숭이들의 침은 사람보다 pH가 높아요.(사람의 침이 더 산성이란 뜻이에요.) 충치를 발생시키는 여러 원인 중에 세균이 생성하는 산성 물질이 있어요. 그런데 털북숭이들의 침은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세균으로부터 생성된 산 성분을 중화시키게 돼요. 이를 통해 충치를 자연적으로 예방하게 돼요.

이런 과학적인 이유 때문에 충치가 덜 생긴다고 해요. 대신 치주 질환이나 치아 골절이 훨씬 많아요.(치주질환 : 치아를 잡아주는 잇몸, 치주 인대 및 치조골에 생기는 질환) 특히나 치주질환은 치아의 뿌리가 다 드러날 정도로 심각해져서 치아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죠.

만약 충치가 있어도 마취가 안 된 상태에서 확인하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치주 질환이나 치아 골절은 달라요. 입술만 살짝 들어 올려도 바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러니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 하는 털북숭이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씩 아이들의 입술을 들춰보아 주세요. 힘들면 주치의 선생님께 부탁해 보세요. 나의 소중한 털북숭이를 괴롭히던 통증을 찾아내게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