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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Oct 01. 2021

매일 개껌 주는데,,, 그래도 양치질해줘야 돼요?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25

사람과 달리 털북숭이의 치아 관리를 도와주는 제품은 참 다양해요. 제각기 다른 형태로 생긴 칫솔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치약과 바르기만 해도 되는 치약, 마시는 물에 희석하는 제품도 있어요. 게다가 치아 관리용 뼈나 껌, 비스킷과 사료 등도 다양한 형태와 맛으로 판매되고 있죠. 사람에 비해 다양한 제품군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역설적으로 결정이 더욱 힘들어지죠.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 중 과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게 가장 효과가 좋을까요? 선택을 하기 앞서 각 방법들을 분류하고 각각의 특장점들에 대해 알아볼게요.


(우선 앞으로 계속 언급될 단어들의 뜻을 알려드릴게요.

프라그 = 음식물 + 세균. 구강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빠르게 생김. 단, 쉽게 제거할 수도 있.

치석 = 프라그 + 칼슘(침 성분 중 일부). 프라그에 칼슘이 침착되어 돌처럼 단단해지는 것을 치석이라 함. 강한 힘이 아닌 이상 쉽게 없어지지 않음.)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은 작동 원리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물리적인 방식과 화학적인 방식으로요. 


물리적인 방식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방법으로 프라그나 치석을 제거해 주는 것을 의미해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칫솔질이죠. 그 외에 개껌이나 치아 관리용 비스킷, 사료, 장난감 등이 이에 포함돼요.

리는 칫솔질을 통해 우리가 정확히 원하는 곳의 프라그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요. 쭙쭙이를 많이 하거나 습식 사료를 자주 먹는 아이들은 앞니에 집중 관리가 필요한데 앞니를 관리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바로 칫솔질이죠. 게다가 프라그 중 가장 악독하고 우리가 꼭 제거해야만 하는! 잇몸과 치아 사이에 숨은 프라그들을 제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칫솔질을 허락해주는 털북숭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에요.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강요하다 보면 누군가 피를 보게 될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해요.(대개 인간의 피를 보게 되죠.) 게다가 체구가 작은 털북숭이들의 경우 입이 작아 칫솔질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개껌, 치아 관리용 비스킷이나 사료, 장난감 등은 털북숭이들이 자발적으로 씹어서 사용하는 제품들이에요. 칫솔질에 비해 훨씬 강력한 턱의 힘을 이용하는 거죠.(저작근의 힘이라고 하면 좀 더 유식해 보이겠죠?) 그래서 칫솔질로는 이미 생성된 치석을 없애지 못하지만 이런 제품들로는 치석을 없앨 수도 있어요. 게다가 사용하기 매우 편해요. 피차간에 스트레스 없이 던져 주기만 하면 알아서 우적우적 물고 씹고 뜯으며 관리하는 방식이라 온 가족이 해피해져요.

하지만 역시나 단점이 있죠. 씹는 데 사용하는 어금니에만 효과가 있어요. 앞니나 송곳니, 그리고 상대적으로 앞쪽에 위치한 작은 어금니에는 효과가 거의 없죠. 털북숭이들은 무언가 씹을 때는 주로 가장 뒤쪽에 있는 어금니들을 사용하거든요. 그리고 간혹 치아가 부러지기도 해요. 치아가 약한 아이들은 이런 류의 제품을 쓰다 어금니가 깨지는 경우가 빈번해요. 또한 치아가 너무 작거나 식욕이 없는 경우, 어떠한 이유로 이런 장난감에 흥미가 없는 경우 억지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화학적인 방식은 프라그 형성을 억제하기 위하여 세균을 없애주거나 치석 형성을 막기 위해 칼슘 성분을 없애주는 방식을 의미해요. 다양한 종류의 치약과 물에 타 주는 제품, 구강 세정제 등이 여기에 속하죠.

치약은 칫솔에 짜서 쓰는 타입과 칫솔질 없이 바르기만 해도 되는 타입으로 나뉘는 듯 하지만 사실 별 차이 없어요. 이런 의미 없는 차이보단 누가 더 효과적으로 세균을 없애주는지가 중요해요. 그런데 이보다 더욱 중요한 건 바로 맛이에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맛이 없으면 털북숭이들은 싫어해요. 그래서 나의 털북숭이 입맛에 딱 맞는 치약이 가장 좋은 치약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슬프게도 식이 알레르기가 심한 아이들의 경우 일부 치약들을 쓸 수 없어요. 기호성을 올리기 위해 넣는 성분들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털북숭이가 식이 알레르기가 있다면 성분을 잘 확인해 보고 구매하셔야 해요. 약 외에 물에 타 주는 제품이나 구강 세정제도 이와 비슷한 장단점을 가져요.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칫솔질로 음식물 찌꺼기와 프라그를 없애고, 화학적 방식을 사용하여 세균과 칼슘을 줄이고, 턱 힘을 이용하는 제품을 주기적으로 사용하여 치석을 없애주는 것이 가장 좋겠죠. 그런데 원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가장 이상적인 우리의 바람은 잘 이루어지지 않죠. 칫솔질을 못 하거나, 개껌을 씹어도 치석이 사라지지 않거나 하는 식의 변수가 꼭 생겨요. 그래서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한 구강 관리 방식 필요해요.


우선 아이의 치아와 잇몸을 확인해 주세요. 앞니와 송곳니, 그리고 작은 어금니와 큰 어금니를 골고루 체크해 보세요. 만약 앞니나 송곳니가 안 좋다면 칫솔질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세요. 안쪽 어금니가 안 좋다면 아이가 어금니를 활용하여 잘 씹을 수 있는 껌이나 비스킷, 사료, 장난감 등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세요.

그런데 만약 잇몸 상태가 너무 안 좋다면 물리적인 방식의 제품들은 사용하지 못할 거예요. 통증 때문에 털북숭이들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럴 경우엔 화학적 방식만 사용해야 할 수도 있어요.

화학적 방식의 제품을 고르는 데 결정 장애가 온다면 무조건 첫 째도 둘 째도 '맛'이에요. 아이의 순응도 높은 제품이 가장 좋은 제품이니 그걸 선택하시는 게 옳아요. 아무리 좋은 효능을 지닌 제품이라도 할 때마다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다른 제품을 쓰는 게 추천돼요. 충분한 시간 동안 전반적인 치아에 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이야 말로 가장 좋은 제품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화학적 방식의 제품이 좋다 하여도 물리적인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구강 관리라는 점을 잊으셔선 안 돼요. 그 어떤 방식도 올바르게 진행되는 양치질의 효과를 뛰어넘을 수 없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정기적으로 동물 병원에서 구강 검진을 받는 거예요. 주치의 선생님과의 구강 검진을 통해 현재 털북숭이의 정확한 구강 상태를 파악해야 돼요. 이미 치석이 두껍게 쌓이고 잇몸과 뼈가 녹아내려 치아가 흔들리고 있다면, 그 어떤 홈케어를 해도 소용없을 거예요. 스케일링과 잇몸 치료, 필요하다면 발치나 신경 치료를 해서라도 구강 상태를 회복시켜 놓고 난 뒤 그동안 소홀했던 구강 관리를 시작하시는 것이 좋아요. 이때 어느 치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주치의 선생님에게 팁을 듣는다면 더욱 도움이 되겠죠!


늦었다고 포기 말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30개 치아를 건강하게 20세 까지!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42개 치아를 건강하게 20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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