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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Sep 27. 2021

심장사상충이 심장에 사는 줄 알았죠?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반려 동물 TMI - 심장사상충

 심장사상충은 심장에 살지 않아요!


옛날 아주 먼 옛날 수의학이 발달하기 전, 강아지를 부검하다 심장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었대요. 당시엔 당연히 심장에 사는 기생충인 줄 알았고 '심장사상충; Heart worm'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하지만 의학 기술이 발달한 뒤 이 기생충은 심장이 아닌 폐동맥에 기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폐동맥 ;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 강아지가 살아있을 땐 폐동맥에 기생하지만 죽고 나면 심장으로 옮겨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던 거지요. 하지만 이미 심장사상충으로 이름을 붙인 뒤라 현재까지 '폐동맥사상충'이 아닌 '심장사상충'이라 불리고 있어요.


사상충 예방약을 매달 투여해도 사상충에 감염될 수 있어요!


심장 사상충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지만, 치료율 혹은 예방률 100%라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작은 확률이지만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을 확률이 혹은 예방약을 먹어도 예방하지 못할 확률이 있어요. 심장 사상충도 마찬가지예요. 매달 예방약을 적용해도 간혹 심장사상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사상충 관련 협회나 예방약을 만드는 회사에서 매달 예방약을 적용해도 1년에 한 번 심장사상충 감염 여부를 검사할 것을 추천해요.


강아지(혹은 고양이)에서 태어난 아기 심장사상충은 그 안에서 어른 심장사상충이 될 수 없어요.


강아지(혹은 고양이) 혈관 내 기생하는 엄마 심장사상충에서 태어난 아기 심장사상충을 우리는 마이크로필라리아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아기 심장사상충이 어엿한 어른 심장사상충이 되려면 꼭 모기 몸에 한 번은 들어갔다 와야 해요. 기 몸에 들어가지 못 한 아기 심장사상충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모기가 강아지 피를 빨아먹을 때 강아지 혈관에서 응애 거리며 떠돌던 갓난아기 심장사상충들이 모기의 주둥이를 통해  속으로 들어가요. 모기의 배 속에서 유소년 기를 보내며 유충 1기, 2기, 3기(L1, L2, L3)까지 성장한 청소년 심장사상충들은 이제 모기의 주둥이 근처에서 때를 기다려요.

그러다 그 모기가 다시 강아지(혹은 고양이) 피를 빠는 순간, 청소년 심장사상충들은 기의 침에 섞여 나와 강아지 피부에 올라타게 되고 모기가 피를 빨아먹고 난 뒤 그 구멍을 타고 강아지 몸속으로 침투하게 돼요.


태어난 지 6개월이 안 된 강아지는 심장사상충 검사를 할 필요가 없어요!


모기의 배 속에서 유소년 기를 보내고 다시 강아지 몸으로 돌아온 청소년 심장사상충은 이제 유충 4기(L4)를 지나 어엿한 어른 심장사상충이 돼요. 른 심장사상충이 되어서도 바로 아기를 낳지는 못해요. 시 강아지 몸으로 돌아온 후로부터 6개월 정도 지나야 성 성숙이 완료되어 아기 심장사상충을 낳을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심장사상충을 진단하기 가장 쉬운 방법 2 가지는 오직 아기 심장사상충과 성 성숙이 완료된 암컷 심장사상충만 찾아낼 수 있어요. 즉, 성 성숙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선 간단한 혈액검사로 찾아낼 방법이 없기에 만 6개월령 이하의 강아지나 고양이에게선 현미경이나 진단 키트를 이용한 간단한 검사가 아무 의미 없어요.

태어난 지 6개월이 안 된 강아지에게 감염이 안 된다는 뜻이 아니 걸렸다 하더라도 적어도 6개월이 지나야 간단한 방법으로 진단이 가능하니 굳이 이 방식의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다 큰 어른 심장사상충이 있어도 진단 키트에서 '음성'으로 나올 수 있어요!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성 성숙이 완료된 암컷 심장사상충'이 있어야 진단 키트에서 검출이 돼요. 아기 심장사상충도 당연히 성 성숙이 완료된 암컷 심장사상충이 있어야 강아지 혈액 안에 존재할 수 있죠.(엄마 없이 아기만 태어날 순 없으니까요!) 바꿔 말하면 아직 성 성숙이 덜 된 심장사상충들만 있거나, 수컷 심장사상충들만 득실대면 진단 키트 검사나 현미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러니 좀 더 정확히 체크해보기 위해선 흉부 방사선과 심장 초음파와 같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해요.


심장사상충은 길게는 7년까지도 살아요!


모기의 배 속으로 들어가 유소년 기를 보내기 전인 아기 심장사상충은 그 상태로 1-2년 까지도 살 수 있어요. 그 이후 모기 배속으로 들어가 2주 정도의 유소년 기를 보내요. 강아지 몸으로 성공적인 침투 후엔 6-7개월의 성숙기를 보내고 그 이후로 5-7년 가까이 살 수 있어요. 굉장히 긴 성숙기와 수명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고양이에선 조금 달라요. 자기 구역(강아지 몸)과 다른 환경이다 보니 어른 심장사상충으로 자라기도 힘들어요. 게다가 역경을 이겨내고 자라난 다 해도 장수하지 못해요. 고양이 몸에서 어른 심장사상충은 2-4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거든요. 게다가 거기선 가정을 꾸릴 수도 없어요. 즉 아기 심장사상충은 고양이에서 관찰될 수 없죠.

그럼 고양이에게선 굳이 예방할 필요가 없겠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미처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는 심장사상충들 때문에 폐에서 격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 오히려 심한 호흡기 질환이 생기거나 급작스레 사망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고양이도 심장사상충 예방과 검사를 꾸준히 하는 게 좋아요.




이 외에 사상충 치료 방법이나 증상과 같은 진짜 필요한 정보들은 손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순수하게 있어 보이기 위한 정보만 전달하고자 하여 생소한 내용들을 적어보았어요. 그런데 만약 이런 정보들을 이미 알고 계셨다면!? 당신은 어 보이시는군요.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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