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보다 더 힘든 건, 마음의 출렁임이었다

임신 9주차, 나는 지금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1. 입덧은 상상보다 더 거칠었다


입덧이 시작됐다.

입덧이라는 게, 단순히 ‘속이 안 좋은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게 하는

예상 밖의 고비였다.


속이 비어도 울렁이고,

뭘 먹으면 금세 올라올 것 같고,

냄새 하나에도 숨이 턱 막혔다.


아침마다 ‘오늘은 좀 괜찮으려나’ 기대하지만

결국 침대 옆 쓰레기통과 하루를 함께 시작했다.


몸이 버티질 않으니

기분도 바닥이었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심지어 휴대폰을 보는 것도 버거웠다.

‘그냥 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2.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동시에 몰려온 날들


가장 힘든 건,

이유 없는 무기력함과 우울감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커튼도 안 친 어두운 방 안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있는 날이 늘어갔다.


“왜 이렇게까지 힘들지?”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

스스로를 자꾸 작게 만들었다.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며칠 전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의욕은커녕

세수조차 하지 못한 날의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미안했다.



3.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면서도, 말하지 못했다


남자친구는 어떻게든 도와주려 했다.

진심으로 걱정해줬고,

멀리서라도 나를 위로하려 애썼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같이 살고 있지 않다.

서로 다른 공간에 머물다 보니

몸이 힘든 순간,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마다

그와의 거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힘들면 말해”라는 그 말에

“응”이라고 말하면서도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몰랐다.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아무것도 못 먹었어’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어’

‘괜히 울었어’


이런 말들이

그에게 얼마나 와닿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전화기 너머로 내 감정을 다 전달할 수도 없고,

같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의 말들이 오히려 멀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더 자주 혼자 있었다.

정말로 혼자인 건 아닌데,

외로운 건 맞았다.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가슴에 자꾸 쌓였다.

그럴수록

‘나 혼자 잘 견뎌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감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4. 마음을 구해준 건 아주 작은 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붙잡아준 건

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하루 중 아주 짧고 작은 순간들이었다.


잠깐 입덧이 가라앉은 오전,

달달한 귤 하나를 먹고 기분이 나아졌을 때.

초음파 영상을 다시 재생하며

아이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그 순간엔

눈물이 났지만 이상하게도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 아이의 집이니까’

‘지금 내가 무너지면 안 되니까’

스스로를 그렇게 조금씩 붙잡았다.



5. 나는 아직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다


입덧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고,

감정은 여전히 출렁인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게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은 인정하려고 한다.


나는 완벽한 엄마는 못 되겠지만,

이 아이를 기다리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내가 되기 위해,

오늘도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이토록 흔들리는 나를, 너는 지금 조용히 자라고 있는 걸까.

그 생각 하나로 오늘 하루를 버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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