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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Feb 16. 2024

[오답일기]스타트업에도 오답일기가 필요해

필요한 일 찾아내기


설 연휴에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라는 프로그램을 몰아보게 되었습니다. 일타강사들이 공부습관이 잘못 잡힌 학생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여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거기서 강사들이 여러 회차에 걸쳐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오답일기’를 작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TV를 시청하던 저는 ‘오답일기’라는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흔히 알고있는 오답노트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답노트는 틀린 문제에 대한 해설을 정리하는 데에서 그친다면, 오답일기는(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왜 그 문제를 틀렸는지,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이 이거밖에 없는지와 더불어 맞았더라도 이 방식이 최선이었을지에 대한 고민 및 회고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오답일기는 제가 올해 목표로 삼은 “일을 해치우지 않고 해결하는 사람이 되는”것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해치우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다릅니다. 해치우는 것은 결과보다는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해결하는 것은 무언가를 한 이후 결과를 바탕으로 좋았다면 왜 좋았는지, 실패했다면 무엇이 이유였는지를 집요하게 파 그것이 좋은 해결책이었는지,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지에 대한 나름의 답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텍스트로 보면 당연히 후자가 바람직한 방식이며 성장이 절실히 필요한 스타트업이라면 더욱이 후자의 방식으로 일을 해야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워낙 변화가 잦고 일이 많은 스타트업이다보니, 문제를 ’해결‘해야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일을 해치우는 것을 해결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마치 애매하게 맞춘 문제는 다시 한번 보고 넘어가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풀어야 할 다른 문제들이 많다는 이유(혹은 핑계)로 우선 동그라미를 치고 넘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컨대, 인바운드 문의 증대를 목표로 하위 task를 수행했다고 해봅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는 마케팅 예산 변경, 마케팅 소재 변경, 랜딩페이지 업데이트, 신규 콘텐츠 작성 등 인바운드와 연관이 있는 lever들과 관련된 일들을 계획하고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인바운드 문의는 목표로 했던 것에 비해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에 비해 1-2건 정도 늘어난 것이죠. 심지어 이조차도 위의 task의 영향이었는지, 우연의 일치인지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이를 ‘실패’로 정의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찾아내기 위한 일을 다음으로 해야합니다.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방법은 잘못되지 않았는데 그 정도가 부족했던 것인지 등등 여러 가설을 세워보고 하나의 방법에 대해 좀 더 깊게 파보는 식으로요. 즉 오답일기를 작성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문제를 해치우는 사람은 위의 결과를 ‘해볼 수 있는 건 해봤는데 결과가 조금 아쉽다’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려 할 것 입니다. 이미 쌓여있는 다른 일들도 많다는 사실이 무의식 중에 면죄부로 작용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넘어가게 된 문제는 약 3개월 후 회의에서 ‘이번에는 진짜 인바운드 문의를 더 늘려봅시다’라는 아젠다로 재등장합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단서는 3개월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그대로인 채로 말이죠




이전 글에서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고객을 먼저 사랑해야해’라고 했었는데, 이는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답일기’가 조금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최대한 집요하게 고민해보다보면 자연스레 고객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테니까요


일이 많고 정신이 없을수록 ‘해볼 거 다해본 거같은데 이제 뭘 해보지?‘라는 생각이 종종 드는데 앞으로는 ‘해볼걸 진짜 다해본게 맞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지난 일에 대한 오답일기, 그리고 앞으로 있을 시도들에 대한 오답일기를 꾸준히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종종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때마다 글도 공유해보려 합니다 

제 경험을 보시고 좀 더 나은 해설에 대해 조언해주셔도 좋고,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의 고민을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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