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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햇살 아래, 다섯 번째 다산 뽀로로테마파

다섯 번째, 처음처럼. 우주의 지도, 사랑의 동선

by 우주아빠

7월의 문턱에서 우리는 연간 회원권을 끊었고,

어느새 다섯번째 방문이다.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처음으로 아빠와 엄마와 우주, 세 사람이 함께 도착한 뽀로로 테마파크.

점심을 함께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해치운 아이는, 제일 좋아하는 장소로 엄마를 안내하듯

당차게 말했다.


“왼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간 다음 지하로

내려가면, 거기가 뽀로로야!”

익숙한 공간이 엄마의 첫 방문지가 되었을 때,

아이는 세상의 비밀을 처음 털어놓는 사람처럼

신났다. 신발은 신발장에 넣는 거야, 트램펄린은

이쪽이고 자동차는 저쪽, 하나하나 설명하며 엄마 손을 잡아끌었다.


그 모습은 마치, 맛있는 집을 발견한 사람이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찾는 날처럼 보였다.

알고 있다는 건 자랑이고,

알려준다는 건 사랑이었다.


오늘 우주는 조금 더 빠르게 미끄럼틀을 타고,

조금 더 높게 점프하고, 더 크게 웃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모습이 현실이 되었고, 아내는 우주의 볼에 연신 입맞춤을 날리며

아이의 환한 얼굴을 눈에 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여름의 더위도 그 순간만큼은 식는 듯했다.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익숙함이 주는

평안함 덕분에 손을 꼭 쥐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어깨를 감싸듯

시원했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한 템포 늦은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잠시, 하품을 하던 아이의 입을 보고 ‘집에 갈까?’

고민도 했지만, 뛰어노는 우주의 웃음이 그 모든

망설임을 지웠다. 잘 데리고 나왔다는 생각, 그리고 여름이 참 길게 함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다섯 번째 방문이지만 새로운 공연도, 프로그램도 우리를 맞이했다. 무더운 여름, 이곳은 아이와 우리 가족에게 시원하고 반짝이는 작은 피서지가

되어준다.

아이를 밝고 당당하게 키우는 비결은 거창한 말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안에서 묻어나는

대화에 있다.


일에 치여 매일을 달리느라 많은 부모들이

그 시간을 놓치지만, 나에겐 일이 멈추는 기다림의 틈이 있다. 그리고 그 틈을 우주가 따뜻하게, 환하게 채워준다.


나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무엇보다 좋은

아들을 두었다는 사실에 먼저 감사하게 된다.


우주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네가 있어서,

오늘도 참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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