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안양인 줄 알고 가깝다 생각했는데 안산이었다. 꽤나 멀더라......ㅎ 내가 죽전에 살 때, 지금 살고 있는 모란에 종종 놀러 올 일이 있었다. 그때는 친구들이 세 명이나 이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모란에 사는 것은커녕 가끔씩 이 동네에 놀러 오는 것도 너무 싫었다. 동네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너무 많고, 낯설고 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 살게 되었다. 이사 온 지도 벌써 1년 반이 넘었다. 이사 온 후 얼마 안 돼 나는 금세 적응했고, 지금도 싫은 점들이 있지만 더 이상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다.
안산에 차를 끌고 갔는데, 비싼 차들도 많았고 일단 차들이 많았다. 중앙역인가? 근처가 약속 장소였는데 완전히 유흥, 술집 거리였다. 사람도 엄청 많고...... 사람들이 좀 달랐다. 헤어스타일, 표정, 입고 다니는 옷 등등. 모란에 살고 있으니 무언가 이런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적응했을 터이나 무서웠다.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이다. 내가 그곳 안산에 살고 그 거리를 거의 매일같이 지나다녔더라면 거기에도 익숙해졌겠지. 그렇다면 생각의 확장.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 어딜까. 지옥? 내가 지옥에 가게 된다면 그곳은 익숙해질까? 익숙해지지 못하는 곳이기에 지옥인 것은 아닐까. 좌우간 내가 지옥에 가게 된다면 지구의 그 어느 곳도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지 않을까?
봄이 온 것 같다. 어쩌면 초여름. 냄새. 후각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느낌을 불러온다. 정말 어릴 때부터 내 삶은 공허한 느낌과 함께 해왔지만 그래도 요즘은 좀 평안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던 걸까? 그런 사람인가 나는?
SNS의 알고리즘은 구 위의 두 점을 잇는 수많은 직선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평면 위의 두 점을 잇는 직선은 하나뿐이지만, 구 표면의 두 점을 이을 수 있는 직선은 그 길이만 다를 뿐 수 없이 많다. SNS의 알고리즘은 한 처음엔 아마 모두에게 같은 하나의 점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용자의 선호와 성향을 찾기까지 여러 경로를 거치다 특정 점들, 특정 내용의 콘텐츠들이 알고리즘에 의해 선정되고 여러 경로를 거쳐(다양한 경로의 두 점을 잇는 선들) 몇몇 점들로 수렴한다. 고립 - 확장 - 고립. 결론은 없다. 어떠한 가치 판단도 없다. 그냥 그런 것 같다. 비유가 적절한가?
삶이 언제까지 이렇게 유지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