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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유 Dec 24. 2020

팔로워들(Followers)로 본 2020 세대와 우리

Z세대는 출생년 기준이 아니었다

Intro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진 작가 겸 영화 감독 니가가와 미카가 첫 번째로 제작한 2020년 2월부터 방영된 일본의 드라마. 역시 사진 작가인 주인공을 둔 것으로 자전적인 요소가 조금은 풀어져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팔로워들 (Followers)

주인공이 혜리랑 너무 닮았다.

일본의 세팅은 늘 앞서간다. 일본 드라마가 유치하다는 편견을 깨라.

눈에 가득 들이차는 시각적요소. 사진 작가가 감독이 되면 이렇게 되나? 인테리어, 패션, 헤어까지 눈을 뗄 곳이 없다.

다른 인물이 나오는 씬마다 영상의 효과와 색조(일명 필터)가 제각 다른 것에 감탄.


아아, 일본

패션은 자유롭고 세팅도 아름다우며 과하지만 그게 또 하나의 멋진 스타일인 주인공들 집의 공간 인테리어들, 패션들, 헤어들. 보는 내내 눈이 너무 즐거웠다. 일본이 정말 이런 곳이라면 한번 가 보고 싶은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를 읊는 방식이나 말투 톤이 유치하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깊이만큼은 언제나 참 늘 깊었던 일본 드라마. 이번엔 내용도 유치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라면 힘들었을 '이런 장면까지 보여준다고?멋져'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두 세대의 평행 진열

세대를 기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1.

80년대 출생 에코세대(혹은 더 나이가 있는 에리코가 있으니 X세대인 걸까? 뭐라고 부르든 현재 성인이 막 된 Z세대의 하나 건너뛴 윗 세대)와


2.

 2000년대생들인 Z세대(역시나 밀레니얼세대도 비슷한 이유로 해당. 주인공 나츠메가 97년생이니까).


길게 썼으나 이름을 뭐라고 부르든, 출생년도로 나누든, '젊은 세대' 와 '기성 세대' 이렇게 두 주축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기성 세대
순서대로 리미, 유로코, 아카네, 에리코

리미

주인공이자 자수성가 사진작가.  

유루코

사진작가 주인공의 오래 함께 해온 매니저.

아카네

매니지먼트 회사 운영. 주인공 나츠메도 영입한다.

에리코

10대 아들이 있고 남편과는 이혼했다. 20살은 어린 남자와 연애를 하는 화장품 회사 대표. 유방암 판정과 수술.


결론적으로 모두 경제적으로야 사회적으로야 잘 나가는 말 그대로 기성세대이다. 이런 그들에게도 아픔과 고난은 있으니 연애는 너무 어렵다. 현실도 잠잠한가 하면 난데 없는 벽을 또 마주하는데 그럴 때는 관록으로 또 저마다의 방법대로 잘 헤쳐나간다.


이 중 에리코가 화장품 런칭쇼에 나츠메를 초대해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에게 이것 저것 옷을 입히고 비싼 브랜드 옷을 사주면서 하는 말.


"비싸서가 아니야. 일류가 만든 것을 부릴 수 있기에 최고의 여자인거야."



젊은 세대
순서대로 노리, 써니, 나츠메

나츠메 히라쿠

우리의 혜리 닮은 주인공. SNS로 하루 아침에 일약 스타가 됐다가...(생략)

써니

그림 그리는 아티스트이자 동성애자. 처음에는 앞머리 안에 검정 헤어밴드 한 줄 알만큼 무지하게 특이한 패션과 스타일을 보여준다.

노리

이쁘장한 남자애다. 뭐 하는 애인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순간에 조용히 들어와 핵심 찌르기 특징.



현실 2020

2020년은 불확의 시대다. '금요일까지 아무도 모르는 여자애가 토요일에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가능한 시대다. 세계 유명 감독에게 간단히 자기의 포트폴리오를 전할 수 있는 시대다. 영상 하나로 수만명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가능성의 시대이자 그럼에도 같은 이유로 무서울 수 있는 시대다.


기성세대도 불안하고 새로운 세대도 불안하다. X세대건 Z세대건 베이비부머건 밀레니얼이건 전부 2020년을 사는 우리는 평행선 위에 자리한 Z세대다. 이 시대의 양상을 함께 이끌고 배경으로 자라는 사람으로서 같은 불확의 시간들을 살아내는 서로의 세대에게 연민과 공감의식을 가지는 게 이 TV쇼에서 내가 이해한 바다. 기성 세대 주인공인 리미는 젊은 세대 주인공인 나츠메를 발굴해줬고, 위기의 순간에 도움이 되어 줬다. 딱히 둘 사이의 친분이나 공통점은 없지만 그게 이 시대를 같이 사는, 미리 살아본 자로써의 도리인 것처럼.


두 세대의 패션

FLEX는 전세계적 현상이고 일본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시기를 같이 살아내는 사람들인만큼 패션도 다른듯 그렇게 다르지 않다. 특히 너무나 현실감 있게 브랜드 제품들을 마구 보여준다.


기성 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에리코는 구찌 브랜드의 커버형 핸드폰 케이스를 쓴다. 젊은 세대 노리 군은 구찌라고 대짝만큼 브랜드가 써진 힙쌕을 두른다.


주인공 나츠메는 미우미우로 줄이 둘러진 스포츠 자켓을 입고, 그의 남자 친구인 히라쿠는 지방시 로고가 크게 써진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작업한다.


흥미로운 패션은 극 중 아티스트 설정인 만큼 써니에게서 많이 보이는데 그녀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건 또 아마 첫 씬에서 유니폼을 입고 아르바이트 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먼저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안에서 입어서 파자마인가 했더니 그게 또 외출복인데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러지는 착장이야말로 2020스러운 건가? 그래, 그럴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뚜껑만 탈색을 한 리미와 써니, 안에만 탈색을 한 주인공 나츠메, 전부 다 핑크머리인 노리 군. 예전에 앞머리만 염색하는 트렌드를 Z세대의 특징이다 라고 다룬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앞머리만 탈색하면 금방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어서 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었다. 이런 기사를 보건 보지 않았건 저절로 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 2020년도 세대는 이런 거지 라고 또 한번 머리가 끄덕거린다.


또 다시 현실 2020

그런데 또 미래같은 2020년에서 현실로 휙 우리를 당겨오는 대사들이 나온다. 다시 "라떼는"을 시전하며 "아이랑 일이랑 둘 다 고를 수 없으니 아이랑 시간 많이 보내게 일을 잘라 줄게"하는 윗 권력자가 나온다거나, 정말 성 의식에서 평등한 것 같았던 썸남이 기도 막히지 않게 "여자는 자고로 집에서..." 로 시작되는 말은 머나먼


이외에도 아역배우 출신 남자친구 히로키가 초딩들을 대상으로 '착실하게 영상을 올리고 광고 수익을 챙기는 건실한 직업'인 유튜버로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유입량을 분석하고 썸네일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걸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새로운 직업으로서 유튜버라는 게 인지가 되야 함을 느낀다. 이외에도 주인공이 가게에서 영상 촬영을 하는 유튜버들을 보며 '시시한 영상이나 찍고 그걸로 (무시하지 못할 만큼 큰 액수의) 돈을 벌다니 그래도 되는 거야?' 라고 외치는 것 처럼 직업 같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미 직업이 되어 버린 타이틀. 편해 보이지만서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사회에서 자랑스럽기가 어려운 이 직업을 보는 우리의 시선들이 잘 녹아 있다.




그래서 또 가능한 도전

혜리, 아니고 나츠메는 또 본인들만이 할 수 있는 선택으로 한 발자국 세상으로 나아간다. 세상은 'sns로 혜성처럼 떴다가 사라진 나츠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결국 불확실의 시기 속에는 뭐라고 한들 시작이야 끝이야 잘한 것이나 잘못 된 것이나 정해진 건 없고 계속 나아가는 것 뿐이다.





글의 마무리는 이 쇼의 첫 시작과 마무리에 등장하는 대사로 매듭지을까 한다.

"너의 길을 가라. 그리고 멋대로 떠들게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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