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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유 Dec 28. 2020

'정신 승리'가 폄하되어선 안 되는 이유

나는 내 현실을 살고 너는 네 현실을 산다 #필수적인인생기술

정신 승리. 어느샌가 등장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는 말이다.

"야, 너 그거 정신승리다. 현실을 봐야지."

"내 마음 편하게 정신 승리할 거야."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는 모두가 아는 내용일 거라 생각한다. '내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포도는 셔서 못 먹는 포도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여우. 그 여우가 정신 승리의 시초인 걸까?


몇 년 전부터 정신 승리라는 말이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자기 좋을 대로 재편집해 해석하는 행위'로 남을 비탄하는 상황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나도 많이 쓰고, 예능에서도 "그래, 너 정신 승리" 자막을 달 정도로 많이 보이는 가벼운 표현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거슬린다.




현실은 사고의 반영한다고 한다. 같은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같은 현실을 살지만 우리는 지구 인구수만큼이나 서로 다른 현실을 살고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정신승리야, 그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보자. 그 현실은 누가 본 현실일까?


아마존과 사막의 작동 방식이 다르듯, 우리는 서로 다르다. 서로가 다른 입장에서 다른 고유한 사고로 기능하는데, 어떻게 타자가 완전히 다른 생태계의 운영 법칙에 따라서 조언을 줄 수 있을까?


이때의 참견이 나의 생태계에 발도 들이지 않은, 그리고 들일 생각도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는 걸 가끔 우리는 잊곤 한다. 특히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람이거나, 권위가 있거나, 전문가일수록. 진짜 내 삶을 사는 보다 그들의 입장에 더 힘을 준다.


무슨 일이 일어나건 무슨 말을 듣건 결국 좋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현실을 모른다고 지적할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 

나는 내 현실을 살고, 너는 네 현실을 산다.

결국에 내 현실을 살아내는 것은 나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나다. 내가 좋을 대로 생각하는 데는 죄가 없다.


결국에 저마다의 현실을 이뤄주는 사고의 필터가 있다. 필터가 확실하지 않을 수록 이 말에 귀 기울였다가 저 말에 기울였다가. 자기중심이 없고 세상에 몸을 내맡긴다.

정신 승리의 필터를 끼고 씩씩하게 나아가는 사람에게 정신 승리는 반대로 우리가 터득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록 자기에게 확신을 주는 정신승리의 기술은 필수적이다. 안 좋은 말만 너무 잘 받아들이는 필터라면 그 사람 마음이 얼마나 쑥대밭이 될까.


귀를 닫고 남의 의견 묵살하라는 것이 아니다.

내 현실 안에서 피드백을 내게 맞도록 계속해 나가라는 것이다.


나에게 성장을 줄 필터를 잘 찾고, 거기에 맞게 정신 승리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 원하는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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