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정신과 의사 꾸뻬 씨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행복’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하여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자 여행을 떠나게 된다. 첫 번째 여행지인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부터 행복의 비밀을 발견하고 수첩에 적어 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행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행복을 이해하는 기준은 모두 다르다.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2004년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프랑스 소설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나도 매년 다시 한번쯤 읽게 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꾸뻬 씨는 행복을 찾아서 여행을 하며, 23개의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기록한다. 내가 자주 이 책을 찾아 읽는 것은 그가 찾은 행복의 방법에 대해 많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찾는 데는 아주 특별한 비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 삶이 지나가는 자리에 남아 있는 발자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내가 놓친 것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꾸뻬 씨처럼 꼭 짐을 꾸려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누구처럼 꼭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떠나지 않았어도 우리는 모두 삶의 여행자이고 지구 한 귀퉁이를 돌고 있는 순례자이다. 왜 여행길에 오르고 순례의 길에 오를까? 그 끝에는 무엇이 있길래 동이 터오는 하루의 시작에 발걸음을 다시 옮기게 되는 것일까? 많은 사람은 대답을 한다. 목표가 있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고, 남들만큼은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꾸뻬 씨는 자신의 여행을 마치면서 여행 초기에 만났던 노승을 마지막으로 찾아간다. 그가 여행 중에 알게 된 ‘행복할 수 있는 방법’ 23개의 기록을 들고 그에 따른 의견을 기대하고 갔다. 하지만 노승은 미소를 지으며 함께 걸을 것을 권한다. 그리고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결국은 우리의 행복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으며, 행복하기 위한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걸음을 멈춘 나의 마지막 순간은 어떤 장면일지 알 수는 없다. 그 순간을 만드는 것은 오늘 행복한 나의 모습일 것이다. 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집안을 치우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볼 시간이 적어도, 집안 어른의 잔소리 같은 하소연이 길게 이어져도 나는 행복을 선택하는 꾸뻬 씨가 되기로 한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슈퍼맨이 아니다. 삐걱거리는 하루를 청소하다가 장롱 밑에서 동전을 발견하는 것처럼 행복을 찾아서 모아야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나도 나의 주변을 사랑하는 ‘오늘도 행복한 꾸뻬 씨’가 될 것이다.
여행을 마친 꾸뻬 씨는 자신을 찾아오는, 불행하지도 않으면서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모를 전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래전에 이 메모를 처음 읽었을 때 나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마 그때 나는 쳇바퀴처럼 도는 시간의 굴레에서 숨쉬기조차 힘들다고 느꼈을 때였다. 이 넉 줄의 문장은 어떤 명강연이나 조언도 주지 못했던 생각의 전환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살면서 어깨가 무겁고 자꾸만 뒷걸음치고 싶은 순간이 오면 나는 비상약을 꺼내듯 이 문장을 꺼내서 입속에 털어 넣었다. 그래서 또다시 춤추고, 사랑하고, 노래하고, 살게 되었다.
가족들은 거실에 놓인 크고 하얀 테이블을 ‘엄마의 책상’으로 인정한다. 그 테이블엔 은색 손잡이가 달린 서랍 3개가 달려 있다. 그 가운데 서랍에 꾸뻬 씨의 메모를 넣어 두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은방울꽃 그림을 수채화로 그려 넣고 그 위에 이 꾸뻬 씨의 넉 줄 메모를 곱게 써 둘 것이다. 훗날 누군가 그것을 열 때, 행복을 선택하며 산 나의 마지막 미소를 기억나게 할 것이다. 또, 그 넉 줄 문장이 그들이 살아갈 때도 가끔씩 비상약처럼 처방되어진다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 올 때 행복하기 위한 선택을 기꺼이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