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버티는 힘 vs 도망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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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힘 vs 도망칠 용기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강하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작고 사소한 것 하나로도 버티고 또 버텨진다.
근데 이렇게 버티는 것만이 정답일까?
힘들고 또 벅차면, 그냥 좀 도망가도 되는 거 아닌가?
내게도 3년이라는 시간 동인 이 직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두 가지 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둬야겠다며 다짐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버티는 힘
1- 돈
인간은 참 간사하고도 나약한 것이,
나를 둘러싼 이 공간 환경 사람들 그 모든 것이 혐오스럽다가도, 어쩌다 한번 지어주는 웃음과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또 사르르 풀려버린다.
그리고 그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매월 말일 통장에 찍히는 ㈜00N백만 원.
요즘 흔히들 말하는 킹차갓무직,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누구나 알법한 회사와 누구나 선망할만한 분야와는 거리가 멀지만, 덴탈업계는 생각보다 연봉이 높은 산업군이다 (연봉 인상률이 낮아서 그렇지)
“00? 거기가 뭐 하는 곳인데?”라는 말이 꼭 따라오고,
“O사 알지? O사랑 비슷한 회사야~ ”하는 설명이 꼭 필요한 회사(그렇지만 초봉은 O사보다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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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가 3년 1개월 차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돈”이었다. 그저 또래보다는 벌이가 높다는 사실,
또래보다는 통장에 모은 돈이 많다는 사실, 그것 만이 커리어로는 채우지 못할 내 자존감을 조금이나마 채워주었다.
하지만 높아져가는 연봉과 비례하게도,
나에게 더 넓은 더 다양한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점점 뒤처진다는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버티는 힘
2- 커리어에 대한 기대감
만 3년을 넘긴 지 며칠 정도 된 지금,
몇 없는 동기의 대부분은 경쟁사로 이직했다. 남아있는 동기들은 “‘대리’ 달면 퇴사할 거야, 연봉 높여서 이직할 거야”를 다짐하며, 팀장과 현행에 대한 험담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럼 나는 어떨까?-
팀 내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브랜드를 담당한 지 3년째, 축소되는 시장 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 우상향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도저히 안될 것 같은 느낌.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근데 매출은 왜 안 나와? 왜 담당자가 그걸 몰라? 그럼 보고만 있어? 근데 이건 싫어.”
온갖 부정적인 소리를 듣다 보니, 나조차도 내 브랜드에 부정적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뭘 해도 안될 거야, 시장이 줄어드는 걸 어떻게 해 하며 브랜드에 정을 떼어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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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팀에서 신규 브랜드를 가져오겠다며,
‘00 씨가 담당해~’라는 한마디에 설레며,
시장조사부터 판매전략까지 준비했던 게
일 년에 한 번씩 지금껏 총 두 번.
충격적인 건 이중 단 하나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사실!
더 나아질 방안도, 노력도, 기미도 보이지 않은 이곳에서 팀 매출이 줄어든다며 한탄하는 그를 보면서도,
다음엔 기회가 있겠지 나도 어느 한 곳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지내온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