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7일은 특별한 날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가"라는 명칭은 탐이 나는 단어입니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세계의 언어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하늘을 나는 듯이 기뻤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감에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큰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18년 동안 써 온 일기를 썼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서투른 문장과 특징 없는 일상의 나열에 지나지 않습니다.
볼품없는 1일 300자의 글자들이 쌓이고 또 쌓였습니다.
"시간의 축적"이 전해 준 기적이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광청종주는 광교역에서 청계산 입구역까지 이르는 25km에 이르는 산행을 의미합니다.
어제의 기세를 몰아서 형제봉, 광교산(시루봉), 백운산을 힘차게 오릅니다.
발걸음도 가볍고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이 같은 질문을 합니다.
"청포도님!! 지난번처럼 유황오리 진액을 드시고 오셨지요?"
"무엇인가 특별한 처방이 있었죠?"
쏟아지는 물음에 웃기만 합니다.
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식사도 합니다.
저는 찰기 있는 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잘 씹지 않고 삼키는 나쁜 식사습관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찰밥을 꼭꼭 씹어먹습니다.
마음의 충만함이 무쇠라도 녹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교산과 청계산의 경계인 하오고개에서 오늘의 기억을 남깁니다.
힘들기로 소문난 국사봉도 힘차게 오르고, 이수봉을 거쳐 오늘의 종착지인 매봉에 왔습니다.
매봉에 도착하니 정확히 오후 6시입니다.
한 달 전에 신청한 대출건에 대한 회신이 도착했습니다.
'아~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쉽게 가면 인생이 아니지' ' 역시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거야'
수 백 수 천 가지의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갑자기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20km 이상 걸어온 피로가 한꺼번에 다가옵니다.
찰밥을 씹어 삼키던 그 기운은 모두 사라지고 '하산해서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데 이 기분으로 밥을 먹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듭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눈을 감습니다.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우울한 기분을 혼자 지니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못난 사람이 못난 행동을 그대로 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짜증을 냅니다.
화받이의 대상은 평소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내입니다.
"오늘 밤에 산에 갔다가 올 거야!!"
"어제 갔다가 왔는데 또 가? 밤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그래!! 신경 쓰지 말라고!!"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이냐고!!"
"그냥 내버려두라고 산에 가서 죽든지 말든지!!"
말의 독이 아내의 가슴을 찌릅니다.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순간을 참지 못합니다.
일을 마치고 산에 오릅니다.
숨이 차오르게 걷고 땀을 흘려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산도 "아름다운 지옥"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