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처음 사는 인생, 웃으면서 가자

윤여정표 인생 사용설명서

by 카미노

[윤여정 씨의 뼈 때리는 인생 명언]


1. 나는 나같이 살다가 가면 되지, 왜 그 사람처럼 살려고 해?

2. 처음 살아보는 거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그냥 사는 거야

3. 나이 든다고 철드는 거 아니다 그냥 무뎌지는 거다

4. 버티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용기야

5. 그만두고 싶은 건 한 번쯤 내려놓는 것, 그게 불쌍하지 않은 거야

6. 인생은 원래 아슬아슬하게 가는 거야. 그게 진짜 살아있는 느낌이지






나는 40대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완벽한 삶'들은 대부분 10번 찍어 건진 한 컷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멋진 아침 루틴 사진 뒤에는 분명 침대에서 15분간 더 뒹굴다 늦잠 잔 날들이 99일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나같이 살다가 가면 되지, 왜 그 사람처럼 살려고 해?"

윤여정 배우의 이 한마디는 나의 20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말이었다. 대학 동기가 대기업에 입사하면 '나도 해야 하나' 고민했고, 친구가 유학을 가면 '나만 뒤처지나' 불안했고, SNS에서 누군가 화려한 여행 사진을 올리면 '나는 왜 이렇게 사나' 자책했다. 그렇게 남의 인생 벤치마킹하느라 내 인생 살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웃긴 게, 나는 그 사람이 아니잖아? 그 사람은 아침형 인간인데 나는 밤 10시부터 뇌가 작동하는 올빼미형이고, 그 사람은 러닝을 좋아하는데 나는 10분만 뛰어도 '이게 내 인생인가' 하는 실존적 고뇌에 빠진다. 타인의 루틴을 따라하다 보면 결국 남의 옷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나답게' 산다. 남들은 아침 6시에 일어나 명상한다는데, 나는 9시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유튜브 보다가 느긋하게 커피 내린다. 이게 내 스타일이니까.


"처음 살아보는 거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그냥 사는 거야."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외쳤다. "맞아! 나 인생 초보자라고!" 우리 모두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게 '인생'이다. 매뉴얼도 없고, 공략집도 없고, 세이브 포인트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실수하면 자책하고, 넘어지면 '나만 이런가' 싶어 부끄러워할까?

직장에서 실수로 중요한 결재를 반려 당한 날, 나는 3일 동안 잠을 설쳤다.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 '다들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그 상황을 처음 겪어본 것이었다. 처음 하는 일에서 실수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왜 넘어져?"라고 화내는 것처럼 어리석은 자책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실수해도 "아, 이것도 처음이네. 배웠다!" 하고 넘어간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게임은 튜토리얼도 없이 본게임부터 시작이니까. 그냥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다.


"나이 든다고 철드는 거 아니다. 그냥 무뎌지는 거다."

정말... 뼈를 때린다. 나는 서른 살이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어른스러워지고, 성숙해지고, 삶의 지혜가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마흔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나는 여전히 회사에서 억울한 일 당하면 잠을 설치고, 금요일 밤이면 삼겹살에 소주 마시며 "내일은 운동해야지" 하는 사람이다.

철이 든 게 아니라 그냥 무뎌진 것뿐이다. 예전에는 상사가 이상한 소리 하면 밤새 속앓이했는데, 이제는 "또 시작이네"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친구가 약속 취소해도 예전처럼 서운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 집에서 쉬어야지" 한다. 이게 성숙인지 체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기는 편해졌다.


"버티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용기야."

이 말을 듣고 나는 위로받았다. 나는 그동안 '그냥 버티기만 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화려하게 성공하지도, 극적으로 변화하지도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게 초라해 보였다.

그런데 버티는 것도 용기였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 힘든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것, 무너지고 싶은 순간에도 한 발 더 내딛는 것. 이게 다 용기다. 드라마틱한 선택이나 화려한 도전만 용기가 아니다. 때로는 그냥 '오늘도 살아있기'가 최고의 용기일 수 있다.

월요일 아침마다 '오늘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도 옷 입고 나가는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준다. "오늘도 버텼네, 대단한데?" 하면서 말이다. 이게 자기합리화인지 자기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일도 버틸 힘이 생긴다.


"그만두고 싶은 건 한 번쯤 내려놓는 것, 그게 불쌍하지 않은 거야."

한국 사회는 '끝까지 해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포기는 나약함이고, 중도 하차는 실패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우리는 하기 싫은 일도, 맞지 않는 관계도, 불행한 상황도 '끝까지' 붙잡고 있다가 결국 망가진다.

나도 그랬다. 결국 맞지 않는 직장에서 19년을 버텼다. '여기서 그만두면 실패자 같아서', '조금만 더 참으면 나아질 거야'라는 희망 고문에 시달리며 말이다. 그러다 결국 우울증으로 몸도 마음도 망가졌다.

그때 깨달았다. 내려놓는 것도 선택이고, 그만두는 것도 용기라는 것을. 불쌍한 건 맞지 않는 곳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며 사는 거지, 과감하게 떠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내가 싫은 건 안 한다. 맞지 않으면 빠진다. 그렇게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생은 원래 아슬아슬하게 가는 거야. 그게 진짜 살아있는 느낌이지."

나는 오랫동안 '안정'을 추구했다. 안정적인 직장, 안정적인 관계, 안정적인 미래.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게 안정적일 때가 가장 무료하고 답답했다. 마치 정속 주행만 하는 고속도로처럼 지루했다.

인생이 재밌어진 건 오히려 아슬아슬할 때였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할 때, 여행지에서 길을 잃었을 때, 계획에 없던 일이 터졌을 때. 그때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요즘 나는 의도적으로 아슬아슬함을 즐긴다.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 해본 적 없는 일에 도전하기, 결과를 모르는 선택하기. 물론 가끔 실패하고 넘어진다. 그래도 괜찮다.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윤여정 배우님의 명언들을 곱씹어보면,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남과 다르더라도, 가끔 넘어지더라도, 그냥 나답게, 아슬아슬하게 살아가자"는 것. 인생이라는 게임에는 정답이 없다. 남의 공략집 보고 따라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내 방식대로, 처음이니까 실수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버틸 땐 버티고 내려놓을 땐 내려놓으면서 살면 된다.


나는 오늘도 나답게, 아슬아슬하게 산다.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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