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완전히 다른 몸이 되는 루틴]
1. 아침에 눈뜨자마자 물 500ml를 '천천히' 마신다
2.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으로만 채운다
3. 하루에 최소 2L 이상의 수분을 나눠 마신다
4. 저녁 7시 이후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5. 하루 30분, 누구와도 연락 없이 혼자 걷는다
6. 자기 전엔 반드시 5분간 스트레칭한다.
7.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완전히 다른 몸이 되겠다는 의지로 7가지 루틴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아침 물 500ml의 진실 눈을 뜨자마자 물 500ml를 천천히 마신다니. 이론적으론 완벽하다. 하지만 현실은?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게 먼저다. 그리고 물을 마시려고 하면 어김없이 "으웩" 소리가 난다. 공복에 물 500ml는 아침 운동이 아니라 아침 고문이다. 천천히 마시라고? 급하게 마셔도 배가 출렁거리는데 천천히 마시면 점심시간까지 계속 마셔야 할 판이다.
탄수화물과의 이별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으로만 채운다는 것. 듣기엔 그럴듯하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탄수화물을 빼라는 건 물고기에게 물을 빼라는 것과 같다. 밥 없는 식사는 식사가 아니라 간식이다. 단백질로 배를 채우려면 닭가슴살을 끝없이 씹어야 하는데, 씹다 보면 턱이 아파온다. 이게 다이어트인지 턱 운동인지 헷갈린다.
2리터의 수분 미션 하루 2리터 이상 마시기. 계산해보니 시간당 100ml씩 마셔야 한다. 이건 마시는 게 아니라 수도꼭지가 되는 거다.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동료들이 "신장에 문제 있냐"고 걱정할 지경이다. 물을 마시러 정수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실제 업무 시간보다 길어진다.
저녁 7시의 마지노선 저녁 7시 이후 금식. 이게 제일 잔인하다. 드라마 보면서 치킨 생각이 나고, 야식 배달 광고가 유독 매력적으로 보인다. 시계를 보면 7시 59분. 1분 남았다며 마지막 한 입을 우겨넣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8시가 되면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 닫기를 반복한다. 이건 다이어트가 아니라 냉장고와의 스타링 콘테스트다.
고독한 30분 산책 누구와도 연락 없이 혼자 걷기. 생각해보니 이게 제일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10분도 안 돼서 심심해진다. 폰을 집에 두고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릴 뻔했다. 혼자 걷다 보니 괜히 철학자가 된 기분이다. "내가 왜 걷고 있지?" 같은 존재론적 질문까지 던지게 된다.
5분 스트레칭의 현실 자기 전 5분 스트레칭. 침대에 누워서 다리를 뻗어보는데 관절에서 "딱딱" 소리가 난다. 이게 스트레칭인지 관절 점검인지 모르겠다. 5분이 5시간처럼 느껴진다. 몸이 굳어서 요가 매트 위에서 거북이가 된 기분이다.
규칙적인 수면의 환상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이론상 가장 과학적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다음 에피소드가 5초 후에 시작됩니다"라고 유혹할 때 의지력은 어디 갔는지 모른다. 결국 "내일부터 진짜로"라는 다짐만 반복한다.
완벽함 속의 불완전함 이 모든 루틴을 완벽하게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간이 아니라 로봇일 것이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물 500ml 대신 300ml라도, 저녁 7시 대신 8시라도, 5분 스트레칭 대신 3분이라도.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완전히 다른 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마음은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