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망치는 습관
[스스로를 해치는 신호]
1. 잘못이 없어도 자주 사과한다
2. 나를 나쁘게 대하는 사람들과 어울린다
3. 아무 연락이 없어도 휴대폰을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4. 비판을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인다
5.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6. 현실을 피하려고 과도하게 잔다
7. 자신의 의견과 다른 남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한다
나는 오늘도 "죄송합니다"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알람시계에게 죄송하고, 칫솔에게 미안하고, 거울 속 내 얼굴에게 사과한다. 왜냐고요? 글쎄요, 그냥 숨 쉬는 것만으로도 지구의 산소를 소비하니까.
"죄송합니다"는 이제 내 이름의 성(姓)이 되었다. 카페에서 주문할 때도 "죄송한데 아메리카노 주세요"라고 하고, 남이 내 발을 밟아도 "아, 제 발이 거기 있어서 죄송합니다"라고 한다. 심지어 자동문이 늦게 열려도 "제가 너무 빨리 와서 죄송해요"라고 중얼거린다. 이쯤 되면 '사과'는 예의가 아니라 생존전략이다. 미리 사과해두면 최소한 '무례한 사람'이라는 딱지는 피할 수 있으니까. 물론 대신 '이상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받긴 하지만, 그래도 무례한 것보단 낫지 않은가?
내 친구 목록은 마치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명예의 전당' 같다. 늘 내 단점만 지적하는 A, 만날 때마다 돈을 빌리는 B, 내 비밀을 동네방네 퍼뜨리는 C... 이들과 왜 어울리냐고? 솔직히 말하면, '얘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이 좋다. 샌드백도 누군가에겐 필요한 존재 아닌가? 게다가 이들 덕분에 내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지하 3층까지 내려가서, 이제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어 안정적이다.
내 엄지손가락은 이제 독립적인 생명체가 되었다. 5초마다 카톡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을 새로고침하며, 이메일함을 들여다본다. 물론 새 알림은 대부분 스팸 문자와 쿠팡 광고뿐이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한다. 혹시 지난 3초 동안 누군가 나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BTS가 갑자기 DM을 보냈을 수도 있고. 확률은 0.0000001%지만, 로또도 누군가는 당첨되니까.
누군가 "오늘 날씨가 별로네"라고 하면, 나는 "내가 날씨를 망쳐서 죄송합니다"라고 생각한다. 상사가 "이 보고서 좀 수정해주세요"라고 하면, "나는 인간 실격이구나"라고 결론 내린다. 내 감정은 마치 고감도 지진계 같아서, 상대방 눈썹이 1mm만 움직여도 "아, 내가 뭘 잘못했구나"라고 감지한다. 이 정도면 초능력 아닌가? 물론 쓸데없는 초능력이긴 하지만.
SNS는 내게 자학의 도구다. 친구가 새 차를 샀다고 올리면 내 5년 된 운동화가 초라해 보이고, 동료가 승진했다는 소식에 내 평범한 하루가 실패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강아지 인스타그램을 보면서도 "저 강아지는 나보다 팔로워가 많네"라며 우울해한다. 이제는 비교 대상이 인간을 넘어 반려동물까지 확장되었다. 다음엔 잡초돠도 비교하게 될 것 같다.
현실이 힘들 때 내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는 것이다. 주말에 20시간 자기는 기본이고, 평일에도 "5분만 더"가 2시간이 되는 마법을 부린다. 꿈속에서는 내가 아이언맨일 수도 있고, 일론머스크일 수도 있으니까. 물론 깨어나면 다시 현실이지만, 그럼 또 자면 된다. 수면은 합법적인 현실 도피처다. 심지어 의사들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세요"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의사 지시를 아주 충실히 따르는 모범 환자다.
"치킨이 맛있다" "네, 맞아요!" "아니다, 피자가 더 맛있다" "아, 그렇네요!" "사실 둘 다 별로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나는 인간 메아리다.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동의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렇게 살다 보니 내 의견이 뭔지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의견은 "의견이 없다"는 의견일지도 모른다. 아, 이것도 누군가 반대하면 바로 철회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7가지 신호들,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 전략일지도 모른다. 너무 튀지 않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물론 이런 습관들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완벽한 정신 건강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는 모두 조금씩 망가진 채로, 서로의 망가짐을 이해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오늘도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휴대폰을 100번 확인하고, 남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당신, 혼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 비슷비슷한 자해 클럽 회원이니까. 다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죄송합니다" 대신 "감사합니다"를, 휴대폰 대신 하늘을, 남이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해보는 건 어떨까?
아, 물론 이것도 그냥 제안일 뿐이다.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아, 죄송합니다. 나도 힘들어요. 또 죄송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