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가 제일 재미있어?

by 카미노

내 영혼은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물론 내 몸도 다이어트 중이지만, 영혼을 위한 다이어트 중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사람 만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과거 나는 아침에는 광안리, 점심에는 서면, 저녁은 동래를 꼭 찍고 사람을 만나야 왠지 하루가 알찬 느낌의 미련한 스타일이었다. 40대가 넘어가니 내 영혼이 지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는 영혼이 외로운 사람이었다. 내 안의 목소리는 듣지도 않고 남의 시선과 말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지금은 의도적인 셀프고립 중이다. 전화, 문자, 카톡, 인스트그램 전부 조용하다. 소셜미디어에 목을 매는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더욱 조용하다. 매 순간 자문한다. 친구야(나를 삼인칭으로 지칭하는 나만의 방법)! 지금 제일 재미있는 것은 뭐야?' 그럼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요즘은 내 아이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는 것에 답해주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 나는 에세이중 "언어의 온도"를 가장 좋아한다. "언어의 온도"는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집으로, 그중 "딸에게 보내는 굿 나이트 키스"라는 꼭지를 특히 좋아한다.


암에 걸린 딸은 아버지 보다 일찍 세상을 등지게 된다. 홀로 남은 아버지는 지난날을 자책하고 눈물을 참아가며 딸에게 우편번호 없는 편지를 보낸다. " 딱 한 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됨 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나는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 너는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 큰 너를 높이 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빰 위에 굿 나이트 키스를 하는 거다."


재미가 켜지만 감동이 된다. 시대의 지성이라는 이어령선생의 회고에서 감동을 받는다.


셀프고립 중 가끔씩 누군가를 만난다.

간단한 인사 후 나의 첫 질문은 항상 같다. "요즘 뭐가 제일 재미있어?"

생각하기에 따라 무수히 많은 답변들이 존재하기에 대화를 시작하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다. 그러나 열에 아홉은 내 기대를 무참히 깬다. "요즘 재미있는 게 없어"


아. 이 허탈함.


그럼 나는 [언어의 온도 - 딸에게 보내는 굿 나이트 키스]를 꺼내 든다.

내 이야기에 설레는 시간 30초. 그리고 이야기는 현실로 돌아간다.

그러면 나는 또 이야기한다.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 주면

'고맙습니다'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우자.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여주인공의 하루를 버티는 5분 행복론이다.


지나간 과거의 망령에 고통받지 말고,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들키자. 재미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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