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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에르메스도 인조가죽 쓴다고?

by 플래닛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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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천연가죽의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인조가죽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패션 업계에 따르면 매년 1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가죽 채취를 위해 도살된다. 이렇게 희생된 동물의 가죽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인조가죽은 동물 가죽보다 관리가 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장점을 무기로 비건패션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천연가죽보다 다양한 색상 표현도 가능하고 재단이나 봉제가 쉬워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인조가죽의 장점이다.


다만 동물 윤리 문제를 해결했지만 환경 오염 문제는 남아있다. 비건 가죽은 동물성 원피가 아닌 식물 소재 가죽, 혹은 폴리우레탄 같은 성분을 가공해 만든 합성 인조 가죽 등을 모두 포함한다. 즉, 동물성 가죽을 제외한 모든 가죽이 비건 가죽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동물 가죽을 쓰지는 않았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인조가죽을 비건·에코 가죽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플라스틱(비닐)으로 만드는 인조 가죽은 결국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조 가죽은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한 폴리우레탄(PU)과 염화비닐수지(PVC)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분해되는 데에만 수백 년이 걸린다. 인조가죽을 만들면서 사용된 독성 화학물질과 석유 기반 재료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점차 비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친환경까지 잡을 수 있는 인조가죽 관련 친환경 특허 기술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인조가죽 관련 전체 특허출원은 최근 10년간(’10~’19) 연평균 14%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친환경 기술'에 관한 특허출원은 4건에서 20건으로 5배(연평균 20%) 증가하여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인조가죽의 세부 기술별 특허출원은(’10~’19), ▲천연가죽 모방기술(47%) ▲친환경 기술(41%) ▲특이기능 부여기술(8%) ▲비건가죽 제조기술(5%) 순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죽 모방기술은 연평균 6%로 증가하며 해마다 20여 건 내외로 꾸준히 출원되고 있고, 가장 많은 출원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세한 구멍이나 요철을 형성하여 천연가죽과 같은 통기성, 신축성을 높이거나, 초극세사를 이용하여 감촉을 향상시키는 기술 등이 출원되고 있다.


전체 특허출원의 증가세를 이끈 친환경 기술은 유기용제 최소화 기술(97건), 유해물질 미첨가 기술(35건), 재사용/재활용 기술(9건), 폐수 발생 방지 기술(5건) 순이다. 특이기능 부여기술은 인조가죽의 용도에 따라, 빛과 열에 강하면서 불에 타지 않는 기능을 추가한 자동차 내장재용 기술, 열을 빠르게 방출하는 스마트폰 케이스용 기술, 다공성 입자에 항균제가 포함된 가구 외장재용 기술 등이 있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비건가죽 제조기술은 2015년부터 연간 5건 내외로 출원되고 있으며, 비건가죽의 재료로는 파인애플잎, 대나무, 바나나, 해조추출물 등이 사용되고 있다.


2022061358378953.jpg 버섯 균사체로 만든 에르메스 실바니아 빅토리아 백 / 마이코웍스 홈페이지 캡처


이런 흐름에 힘입어 패션 업계에서도 버려지는 사과 껍질과 버섯 뿌리에서 채취한 균사체, 오렌지 껍질 등 비건 가죽의 범위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버섯 곰팡이로 만든 가죽을 사용한 가방을 선보이는가 하면, 구찌는 목재 펄프 신소재로 만든 비건 가죽 운동화를, 아디다스와 나이키도 비건 운동화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대학·연구소의 출원이 증가하고 있고 기업의 참여와 활발한 기술 개발로 인조가죽 시장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허청 주거기반심사과 박주영 심사관은 “인조가죽의 재료, 생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이 환경친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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