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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Jul 20. 2022

환경위기시계는 한국의 진정한 환경위기를 다뤘을까?

환경위기시계의 통계적인 의미를 짚어보자



기사 요약

1. 환경위기시계는 '체감' 통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2. 환경위기시계는 실제 환경위기 상태를 담아내기 힘들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3. 구체적인 분석과 통계를 통하여 대중으로부터 좀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친환경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6월,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발표한 음악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의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알려지며 논란이 이어졌다. 유희열은 그동안 30여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음악 작곡가로 인정받아왔기에 세간의 실망은 커졌고, 이전 발표곡들에 대한 추가적인 표절의혹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여전히 붉어지고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그가 걸어온 길을 믿고 그가 만들어 온 음악에 대한 의심을 거뒀을 것이다. 서울대 출신 엘리트 작곡가 유희열은 대중음악계에서 꽤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이런 유희열의 전문적인 이미지를 대중이 믿게 만들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양심적인 문제를 보이는 행보를 그동안의 시간동안 만들었다는 점은 대중의 실망을 키웠다.


이러한 방식의 전문가 이미지형성-명성을 통한 인기확보-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마케팅적인 측면으로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인 시민들에게 의도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창작과정을 모호하게 만들고 비양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황이 있다면 이 부분을 한 번 짚어볼 만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결과 중심적인 사고방식은 비단 작곡뿐만 아니라 환경위기통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한다. 환경파괴에 대한 '위기감'을 시각화한 환경위기시계의 통계는 과연 우리나라의 진짜 "환경위기"를 담았을까?


환경위기시계는 '체감' 통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환경문제에 관한 통계는 대중음악 작곡을 닮았다. 의미 있는 결과를 위해 진행 과정 속에서 다소 비양심적인 행위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통해 규제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결과물은 문제제기가 없는 이상 창작자 또는 작성자의 "인간적인 실수(Human Error)"를 보호받으며 세상에 소개된다. 따라서 책임자의 양심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비양심적인 행위에 대한 다양한 유혹이 존재한다. 책임자를 신뢰하는 사람들 또는 비전문가들의 눈을 속이거나, 결과의 심각도를 과장하거나 임의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늘 내포한다.


2005년부터 우리나라의 환경재단은 일본의 아사히 글래스재단과 함께 환경위기시각의 조사와 발표를 책임져왔다. 환경위기시계는 지금까지 2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매년 빠지지 않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왔다. 2021년 한국의 환경위기시각은 9시 38분으로 "위험"을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냈고 본지인 플래닛타임즈를 포함한 다수의 미디어가 환경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던 2021년 겨울에는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전해철 의원이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환경위기시계가 가르키던 위기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는 기고를 통해 탄소중립 실천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지역 주민 참여라고 말했다. 방송인 타일러는 SBS예능 집사부일체에 나와 환경위기시계가 자정까지 가게 되면 지구가 종말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대중에게 전달했다. 환경위기시계는 이와 같이 대중에게 친환경 또는 환경보호 프로파간다(선전)의 성격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환경위기시계가 짚은 통계는 환경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수 또는 피해 액수, 또는 탄소저감실적 등의 측정가능한 수치를 다루기보단 "체감도"에 관해서 다룬다. 다시말해 실제 오염인자들이 실제로 더 심각해졌는지, 기후위기가 실제로 심각해져서 경제적인 피해를 입혔는지에 관한 통계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시계는 전 세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정부기구(NGO), 학계, 기업 등의 전현직 환경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위기감"에 대한 통계로 이루어졌다.


처음 통계가 시작된 2005년의 우리나라의 환경위기시각은 세계환경위기 시각인 9시 5분보다 늦은 9시 29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2011년에는 9시 59분을 가르켰다가 다시 2021년엔 9시 38분으로 내려왔다. 환경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구체화되고 심각성이 강조되는 동안, 우리나라의 환경위기시계는 등락을 반복했다. 그렇다면 환경위기는 심각했다가 덜 심각해졌다가 다시 심각해진걸까?


2021년 아사히 글라스 재단의 "인류생존과 환경문제에 관한 설문결과의 30번째 보고서(Results of the 30th Annual “Questionnaire on Environmental Problems and the Survival of Humankind)” 에 의하면 조사기간인 2021년 4월부터 6월까지 전세계에 보내진 설문 이메일의 총 수는 31,806건이었으며 이 중 1,893건을 돌려받았고, 응답률은 6%에 그쳤다. 전세계 인구 중 1,893명이 정한 환경위기시계를 우리는 전달 받고 있는 것이다. 그 6% 중 우리나라의 응답률은 환경재단에도, 아사히 글라스 재단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언론사에서 그 간 한국에서의 응답률을 언급했을 땐 2017년 191명이 응답한 후 9시 09분으로 2005년과 2021년 사이의 환경위기시각 중 가장 이른 시간을 나타냈다. 이 통계가 5천만이 넘는 한국인들의 "위기감"을 대표할 정도의 통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지닌다. 대한민국의 총탄소배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의 시각은 2010년의 환경위기시계가 가르키던 시각과 동일했다. 결과적으로 "위기감"만으로는 실제 우리나라의 환경위기를 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비과학적인 환경 슬로건은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을 지지부진하게 만든다.

환경재단은 그동안 환경위기시계를 발표하며 기업후원을 유치해왔다. 그들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3년에는 어린이 합창단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퍼포먼스를, 2014년에는 어린이 선서식, 2016년에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환경재단이 한국을 대표하는 환경단체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생각해보자면 이 환경위기시계가 갖는 한계를 분석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비영리단체가 정부와 기업, 시민들의 행동을 요구하려면 그에 걸맞는 과학적인 분석을 뒷받침해야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통계분석은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대중은 수많은 미디어에 노출되며 진실과 사실을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위기감을 인식한 후에도 그 누구도 즉각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현실에서 "위기감"을 공표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만연한 의식제고에 불과하게 된다. 4대 기후악당국에 속하는 와중에도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며 전기는 차질없이 쓰고 싶고,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는 심각하지만 배달용기는 쓰고싶다. 만연한 위기감만으로는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래세대는 친환경경영을 하는 기업에 대해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텀블러를 쓰는 사람들도 늘고 플로깅 등 환경을 생각하는 활동은 대중의 친환경적인 활동은 도울 수 있어도 탈탄소사회로의 전환 자체에는 이미 쥐어진 면죄부가 되어 탄소저감을 위한 실천은 도리어 회의적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석과 통계를 통해 기후행동을 이끌고, 성공시 거둘 수 있는 성취감을 대중에게 이끈다면, 정부나 기업에서도 투자를 망설일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환경재단의 더 치밀한 환경위기 대응전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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