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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Feb 08. 2022

대체육 시장의 성장과 예견된 충돌

비건시장, 대체육, 대체우유, 동물복지

내가 일하는 산업이 어느 날 갑자기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사양 산업이 될 위기에 처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안타깝고 허탈하고 막막할지도 모르겠다. 생존의 위협을 느낄 것이고 어떻게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견제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의 먹고사니즘을 지키는 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우리는 학습 받아왔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산업들이 사라져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2050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대전환 앞에서 우리 모두는 한동안 불확실성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산업을 지속하는 건 지구 전체를 지속 불가능하게 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큰 불안을 안겨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닫지 않았는가.

 

언제나 혁신과 성장, 무한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산업은 계속해서 등장했고 그것들은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기존의 산업들은 새로운 산업의 흐름을 막지 못했다. 도태되거나 적응하거나 둘 중 하나만 있었을 뿐이다. 새로 떠오른 산업들은 대부분 인간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들이 많았고 기존 산업의 경계를 뒤흔들어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냈다.

 

지금 떠오르고 있는 '비건 시장'은 기존의 혁신 산업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대체육', '대체우유'라는 이름의 새로운 정의를 들고 나타났다는 점에서 공통되고 단순히 쾌락과 편의만을 고려해서 생겨난 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차원의 혁신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동물복지를 위해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가치관이 새로운 소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식은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 세대)의 대표적인 소비 성향으로 자주 거론되는 항목이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주요 소비층의 관심사인 만큼 앞으로 그 성장의 속도와 규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 선호 인구는 250만 명으로 15만 명이던 2008년에 비해 17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대체육 시장 역시 지난해 1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5% 성장했다. 대체육은 콩이나 버섯, 밀 등 식물성 재료로 실제 육류와 비슷한 식감과 맛을 재현한 식품을 말하고 대체우유는 콩, 귀리, 아몬드 등 식물성 재료로 우유의 단백질과 맛을 대신한다.





많은 기업들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고 제품군을 확대하며 유통을 늘리고 있다. 농심, 롯데푸드, 신세계푸드는 각각 자체 대체육 브랜드인 베지가든, 제로미트, 베러미트를 출시했고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은 CJ제일제당 역시 이 사업에 뛰어들어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인 '플랜테이블'을 런칭하고 대체육 제품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풀무원은 국내외 관련 기업들과 잇따른 업무협약을 맺고 대체육 개발에 착수했다.


동원F&B는 미국의 대표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를 국내에 수입·공급하고 있다. 2019년 런칭한 국내 식물성 대체육 푸드테크 기업 '언리미트'는 올해부터 미국 전역에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순차적으로 오프라인 스토어에 입점 예정이다.


대체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며 우리의 식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 카페, 식당 등 대체육을 비롯한 비건 식품을 손쉽게 구매하여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에서도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체육 제품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이마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12월 3일 수도권 20여 개 점포의 축산 코너에서 대체육 상품을 선보였다. 대체육을 육류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축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인식을 왜곡시켜 축산업계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이마트에 축산 코너의 대체육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충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용어의 정의와 정부의 예산 투입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축산 및 낙농업계는 대체 가공식품에 고기를 의미하는 '육(肉)', 동물의 젖을 뜻하는 '유(乳)' 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용어를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1월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물성 대체육', '식물성 대체우유' 등 식품 명칭에 관해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체육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대체육에 '고기(meat)'라는 명칭을 금지했고 프랑스에서도 재작년 법적 규정이 만들어졌다. 국내는 아직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비해 체계적인 제도 마련은 미흡한 실정이다. 

 

비건 시장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제 막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과 건강, 안전을 위해서라도 법적인 보호와 규정은 필요하고 다가오는 산업에 대한 준비는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산업의 전환은 불가피하고 앞으로 몇 차례의 충돌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현명하고 신중하게 변화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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