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살림은 단순합니다.
- 자랑은 아니라 저는 살림에 에너지를 쏟는 일을 굳이 만들지 않습니다.
결혼생활 내내 공부하고 일할 때도 살림은 남한테 안 맡기고 나 혼자 감당하려고 애를 썼다. 지금도 잘 도와주는 남편을 둔 덕으로 모양새는 갖추어서 살림을 했었다.
지금은 전업주부이다. 그러면 살림을 잘할 수가 있다. 조건적으로는. 그러나 나는 살림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다. 나 같은 사람의 논리도 들어보면 꽤 들을만하다.
살림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내가 더 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나를 위한 식사 준비와 깨끗한 집안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청소와 정리정돈, 나는 좀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시간을 많이 들이고 싶지가 않다. 예전부터 걸레는 수십 장이다. 한참에 세탁기로 돌린다. 손빨래는 비교적 몇 가지다. 레이스가 있는 옷이나 세탁기로 돌리면 문제가 되는 것들이다. 여성 속옷류는 비교적 손빨래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양말은 같은 종류를 여러 켤레를 준비하여 짝이 안 맞아서 못 쓰는 경우를 줄이고, 양말의 개수도 많이 해서 한참에 세탁기로 돌린다.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청소는 너무 더럽지 않게 1주일에 1번 정도 간단히 하려고 한다. 너무 깨끗하면 도리어 불편하다.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을 많이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더러운 게 더 낫다. 왠지 편안하다.
그 대신에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쓰기 때문에 만족감이 크다.
남편과 나는 중년기다. 노년기가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최근에 남편은 모임에 다녀오면 나만 먹는 게 없어, 다들 종합비타민에 고혈압약, 당뇨약, 먹는 약들이 많아.
남편과 나는 아직 먹는 약이 없다. 예전에도 남편이 모임에 갔다 오면 종합비타민은 다들 먹는데, 우리도 먹어야 하지 않을까? 물으면 나는 먹을 필요는 없어요, 굳이. 그 약들도 다 화학성분이 들어가 있어요. 오래 먹으면 부작용 생겨요. 과일을 자주 먹어요. 그러면 충분해요. 나만 눈 보호하는 약 안 먹어, 먹어야 되지 않을까? 물으면 블루베리, 딸기, 아로니아, 오디 같은 것 매일 먹으면 돼요. 집에 있어요. 과일을 갈아서 우리도 생과일주스 좀 먹어야 하지 않을까? 믹스기도 있는데, 다들 과일주스 갈아먹는대, 그러면 나는 생과일을 씹어 먹는 게 더 좋아요. 생과일주스는 혈당 올라가서 안 좋아요. 지금은 과일 껍질을 먹는 게 좀 부담스러워서 껍질을 제거하고 먹지만 한 동안은 껍질을 먹었다.
어쨌든 우리 두 사람은 아직은 건강하다. 건강검진에서도 양호하다. 물론 지금부터 잘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굳이 어떤 특별한 약으로 건강을 챙기고 싶지는 않다. 남편은 인삼과 꿀이 잘 맞다. 정관장, 침향, 홍삼 정도로 꾸준히 먹고 있다. 나는 피곤할 때 목이 좀 안 좋아진다. 성대결절 이후에, 그래서 나는 밤꿀 한 스푼 정도 입 안에 물고 있다가 삼킨다. 그러면 한결 낫다. 내가 가장 몸이 안 좋고 몸살이 날 때에는 우유를 뜨겁게 끓여서 마신다. 그리고 푹 쉬고 나면 정말 거짓말처럼 몸이 개운해진다.
알레르기로 고생을 좀 하지만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일까? 알레르기도 좋아졌다. 상비약으로 집에도 두고, 들고 다니는 핸드백마다 1 봉지씩 두고 갑자기 열이 차오르고 간지럽거나 따가운 느낌이 들면 알레르기약을 챙겨 먹는다.
남편과 나는 집에서 식사할 때는 아주 간단하게 먹는다. 소고기, 여러 가지 채소, 삶은 달걀, 견과류 조금, 제철 과일 한 두 개, 특별한 게 없으니 식사 준비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부산을 떨 일도 없다. 밖에서 식사할 때는 가끔 초밥, 고등어구이, 순두부찌개, 생목살구이 정도다.
남편은 일요일마다 마라톤, 매일 하는 것은 설거지 그리고 나는 1주일에 2번 댄스, 매일 하는 것은 5분~10분 스트레칭,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은 1시간 정도의 산책이다. 그리고 반신욕을 자주 즐기고 있다.
내가 하는 집안일은 청소기 돌리기, 수건과 속옷류, 양말류 세탁 정도다. 남편의 속옷류, 양말류는 남편이 직접 돌린다. 한 5~6년 전에부터다. 자녀들이 다 제대한 후, 정중하게 세 남자에게 부탁을 했었다.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었던 나는 손목도 손가락도 힘에 부치는 일을 하면 자꾸 붓고 한의원에 한 두 달씩 침을 맞게 되는 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군대에서도 자기 빨래는 자기가 하니 그렇게 하자고 했었다. 어차피 대학 졸업을 하고 독립을 하면 자기 살림은 자기가 해야 하니 자신의 세탁물은 자기가 빨면 어떨까? 남편에게는 혹시 내가 당신보다 일찍 죽으면 당신 혼자서 살림을 할 때 모르면 더 고생을 하니, 지금부터 그렇게 하면 어떨까? 내가 아픈 것보다는 안 아픈 게 나으니까, 다들 좋다고 했다.
그때부터 남자 3명은 자기 빨래 정도는 자기들이 하게 되어서 나는 힘이 덜 들게 되어서 좋았고, 남자 3명은 같이 살 때도 잘했었고, 자녀 둘이가 독립했을 때도 자기 살림을 잘하고 있고, 남편도 살림을 해보니, 힘든 것을 더 잘 알게 된 것도 있어서 나는 나름 여러모로 편하게 되었다.
겉옷들은 세탁소에 맡긴다. 물론 돈은 좀 들어간다. 대신에 금방 산 옷처럼 입을 수 있고, 좋은 옷을 오래동안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집에서 하는 드라이세탁과 다림질을 안 해도 되니 나름 효율성은 있다. 당연히 처음부터는 아니다. 우리 부부가 젊을 때는 집에서 빨래를 다하고 다림질을 다하고 했었다.
나이가 50대 후반이 되니 오히려 나는 편해졌다. 남편도 자신이 돈을 잘 벌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당신은 지금처럼 좋아하는 것하고 살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돈을 버는 일을 하려고 한다. 나 자신에 대한 성취감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남편은 마음 고생, 몸 고생을 많이 한 나를 좀 챙기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작년이니까 소소한 일상의 행복, 안전함, 안락함,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다. 평생 동안 트라우마로 아프게 살 줄 알았는데, 아마득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시간을 따져보지 않으면.
흘러간 시간보다 더 많은 일들로 바쁘게 살아서 그런가? 아무튼 나쁜 일들이 꽤 오랜 된 일인 것 같다.
오늘 남편과 점심식사로 우리가 잘 가는 맛집에 갔었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친 남편이 마주 앉아 있는 부인의 얼굴을 다정한 눈길로 쳐다보면서 뺨에 뭐가 묻었다고 웃는다. 저기도 묻었네, 그래요, 하면서 얼굴 여기저기를 손으로 닦는 부인, 두 사람의 편안한 제스처, 편안한 웃음과 미소, 중년의 나이에 함께 늙어가는 부부의 모습이 참 따뜻하다.
우리 부부도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면 참 좋겠다. 남편과 마주 보고 점심식사를 하는 한 때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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