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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Nov 11. 2024

<그냥, 네가 좋아>

그냥, 네가 좋아. 


소파 앞에 작은 테이블 2개가 있다. 한 테이블 위에는 이런 것들로 채워 놓았다. 내가 매일 화장하는 것들로.

텔레비전을 켜놓고 홈쇼핑도 보면서 유튜브로 영어회화, 일어회화, 불어회화 공부를 하면서, 팝송, 가곡을 들으면서, 때로는 미술사에 대해서 들으면서, 그날 내가 공부할 것들을 들으면서 나는 화장을 한다. 때로는 머리를 말리기도 한다. 그래서 소파 앞 테이블 위에 화장품을 놓고 쓰는 것이 편안하다.


크리스찬 디올은 향수병도 립스틱 외형도 예쁘다. 수려한, 이자녹스 화장품의 향도 외형도, 설화수 화장품의 향도 외형도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 혼자 착각에 빠지게 한다. 텍스처의 느낌이 궁궐 분위기를 내게 해준다. 살짝 고급스럽다. 느낌이 좋다.


크리스찬 디올 향수 1병

크리스찬 디올 립밤 1개

샤넬 립스틱, 샤넬 아이섀도 각 1개씩

명품이지만 일반인들도 살 수 있는 금액대여서 <나는 네가 좋아>

매일 명품을 즐긴다. 그 향기, 그 부드러운 질감, 그 빛깔. 사실 고급스럽다. 


5만 원대쯤은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이름을 붙여본다. <그냥, 네가 좋아> 

5만 원 대정도로 마음껏 매일 즐길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내 몸에서 내 얼굴에서 내 입술에서.


우리네 삶도 고상한 향기, 아름다운 빛깔, 부드러운 삶이면 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다. 

가치 있는 삶이 명품이겠지. 


도저히 따라가기에는 벅찬, 따라갈 수 없는 상을 받는 경우도 명품, 엄청난 삶을 살고 있는 경우도 명품,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경우도 명품,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경우도 명품. 루이뷔통, 에르메스 그런 명품의 가방은 도저히 나는 살 수가 없다. 그런 명품의 옷은, 보석은 도저히 나는 살 수가 없다. 앞에서 열거한 그런 삶도 나는 살 수가 없다. 


5만 원대 명품을 매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매일의 명품적인 삶은 뭘까?

매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명품이 아닐까?

매일 꿈을 향해서 노력하는 삶이야말로 명품이 아닐까?

매일 생존을 위해서 생업을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명품이 아닐까?

매일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삶이야말로 명품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우리 삶 자체가 명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생명을 불태우는 삶, 이름도 없이 사라지고, 사라져도 그 사람 한 명의 삶이 있어서 현재의 우리가 있게 되었으니, 한 생명이 명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생명이 귀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난 이미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작가 인생에 대해서는 당당하지 못했다. 출간작가도 아니고, 글을 써서 생업으로 돈을 벌 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왠지 작가라는 말조차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또 내 생각이 달라졌다. 


시장에서 파는 도넛도 도넛이고, 제과점에서 파는 도넛도 도넛이다. 찾는 고객이 다르고, 가격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제과점에서 파는 도넛을 찾는 사람도 가끔은 시장에서 파는 도넛을 찾을 때가 있다. 그 도넛이 더 맛있게 느껴질 때도 있다. 왜냐하면 맛도 맛이지만 그 맛에는 추억이 묻어 있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도 가끔은 시장에서 금방 튀겨진 달콤한 하얀 설탕이 묻어 있는 그 도넛이 더 맛있다. 


한강 작가는 세계가 인정한 작가이다. 그러나 나는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그 책이 더 좋다. 내게 더 울림을 주었고, 내게 글을 쓸 수 있게 역동의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황보름 작가도 대단한 작가이다. 이 책은 세계의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많은 독자를 확보한 책이다. 


나는 황보름 작가와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내가 느끼는 <그냥, 네가 좋아>처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단순 생활자"는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그리고 이연 작가의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는 나를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문을 열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책이다. <그냥, 네가 좋아>처럼 그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제 보니, 이미 나는 <작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걸 깨달았다. 나는 복되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구나. 이미 23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었다(많은 돈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었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낳았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나는 이미 복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으로 그 인생으로 <작가 인생>을 매일 살고 있으니까, 나는 이미 복되고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작가 인생>은 매일의 삶이다. 


브런치스토리, 그냥 네가 좋아.

브런치스토리, 내게 용기를 준 네가 좋아.

브런치스토리, 내게 위로를 준 네가 좋아.

브런치스토리, 내게 희망을 준 네가 좋아.

브런치스토리, 그냥 네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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