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인생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말
남편에게 보낸 글입니다.
일주일마다 놀러 가서 몸이 약해진 것도 아닌데 일주일마다 놀러 가서 병이 났다고, 그렇다고 해서 적은 글이었죠. 아내와 같이 취미든 취향이든 뭘 할 때 6개월이라도 좀 진득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당시에 아주 속상해서 보낸 글이었습니다.
32년을 같이 살았는데
사람 인생에서 시행착오든
실패든 수없이 할 수 있지만
(1년 연애, 31년 부부)
32년을 살았는데
부부간의 삶은 상호협조이고
상의해야 하는 일이고
아침, 저녁으로 보고
밥 먹고 자는 것만 부부 삶이
아니라
(2연은 어색하지만 그 당시 그대로 표기)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 하루는 부부의 삶으로 충족해야 한다고
공유하는 삶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든
취향이든 여행이든 뭐든
그게 무엇이든
평일 6일은 남과 사는
삶인데,
또 집에 오면 당신은 퍼져서
자지 않느냐?
사실 별 것 없다. 평일은
단 하루, 아내와 함께 있는 사는 삶인데
집에 종일 함께 있는 것 - 그게 사실 별로
좋은 게 아니다.
이런 거는 한 달 중 한 번이면 족한 거다.
청소도 하고
나머지는 ○○에서 하든 다른 곳에서
하든
단 1번 부산 당일, 편하게 좋게 갔다왔다.
밥도 간식도 휴식도
나머지는 다 반차 ○○ 갔다 온 거다.
그것도 편하게 해 주려고
기차 예매 해놓고 기차 타고 갔다왔다.
일주일마다 놀러 가서 몸이 약해진 것도
아닌데
일주일마다 놀러 가서 그렇다고 하니까
하는 소리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평소에 병원동행서비스
하면서 손도 잘 씻고 밥도 제때 잘 먹고
제때 휴식하고
집에 오면 잘 씻고 10시
전에 취침 준비도 하고
잠자기 전까지 자기 몸을
넘 혹독히 쓰지 말고
그리고 6일 중, 하루 휴무
쉬면 되지.
반차로 2번 쉬든
관리를 안 해서 생긴 일을
일주일마다 놀러 가서 병
났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니,
내가 좀 입찬소리를 하는 거예요.
평소 몸 관리를 스스로 잘하세요.
그리고 전에 집에 하루종일
있어보니,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 보고, 두통
생기고 아프다고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싫다
또 교회 다니니 하루 다 간다.
또 교회 다니니 오전 다 간다.
또 센터 일주일 하니, 사람 못 만난다.
내 입장에서는 뭘 해도
하루종일 마라톤 행사 가서
놀러갔다 오는 것, 경조사,
뭐 동창들과 하루 놀다 오는 것
그런 거 말고는
다 불만이 많다.
앞으로는 아내하고 뭘 하든
불만 안 생기면 좋겠고요.
아니면 당신이 먼저 이런 거 해볼래?
가볼래?
그렇게 해도 나는 좋을 것 같아요.
(중략)
그리고 사실은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타인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착각하고 사는데
우리 나이 정도 되면
부부한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가 않다는 걸 알아야
돼요.
주변인들 봐도 그렇고
울 시부모님 봐도 그렇고
그리고 이가 좋고 위가 좋고
성인병 없을 때 좋은 것,
먹고 싶은 것 생각나면
잘 먹고요.
생각하고 계획한 것보다
사람의 수명이, 건강이
그렇게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나이 70세만 넘어도 사실은
모든 게 녹록지는 않아요.
다 할 수 있고
오래 살 수 있고
얼마든지 행복할 것
같아도요.
세상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변한들,
난 하나도 관심 없구요.
난 그냥 내 10년이 젤
소중하고 그 10년 동안의
삶,
그리고 오늘, 지금, 이번주,
이번 한 달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내 행복이 제일 중요해요.
이게 제 가치예요. 제 세계관이구요.
당신과 부부로 10년을 살아야 되니,
그 인생, 삶도 중요하니까 상의하고
의논하는 거예요.
당신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내 착각일진
몰라도
애들 다 독립하고
딱 10년이 유일하게
신혼처럼 살 수 있는
시간입니다.
70세 이후는 생각 안 합니다.
내 생각을 좀 각인해 주고
싶어서요. 알고 계심
나한테도 당신한테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24년 4월 22일 오전 11시경쯤 써서 보냈습니다.)
딱, 한 마디 답변이 왔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퇴근하길 기다렸다가 내가 먼저 집 근처 맛집에 가서 남편이 퇴근하고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시간에 맞게 음식을 미리 시켜놓았습니다. 우리는 순두부찌개를 맛있게 먹었지요. 다정하게요.
오늘 어떤 글을 읽다가 이 편지시를 쓴 그날이 생각나서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부부의 시간이 더 짧다. 부부의 시간을 좀 생각해 달라> 그런 요지였습니다. 주변에 50대 중후반에서 60대 중반쯤 되는 분들의 죽음으로 내 편지시가 설득력 있게 다가간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편으로 탈바꿈했지요. 예전에는 잠깐 설거지해 준 것, 잠깐 장보기 해준 것, 잠깐 산책한 것으로 남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여 나처럼 멋진 남자가 어디 있냐? 약간 그런 생각을 가졌는데, 나의 속을 보이는 편지글을 4년 정도 읽었는데, 가랑비에 옷 젖든, 내 남편은 이제 나를 보듬어주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작은 행복, 소소하게 일상을 함께 보내는 시간, 그 시간으로 부부애를 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