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은유의 잔향〉[Ep.3] ‘돌봄 속의 상실’이 다시 나를 키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랑이 나를 다시 키우는 이야기
사랑을 통해 ‘나’를 해석했던 Ep.1,
사랑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
“존재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가”—를 고민했던 Ep.2를 지나
나는 돌봄이라는 이름 아래
육아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드라마 〈굿파트너〉에서 차은경(장나라)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신이 삭제되는 경험을 한다.”
부모가 된다는 일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잃으며,
무엇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는 말이었다.
이 대사는 단순한 ‘희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되면서 맞이하게 되는
자기 상실의 순간과 그 이후의 재구성을 말하고 있었다.
또 다른 장면에서 그녀는 이렇게도 말한다.
“이혼을 겪어야만 부모가 되는 이들도 있다.”
이 말은 이혼이 부모 됨의 조건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혼 이후에도 부모 역할은 끝나지 않으며
그 무게는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의 해석이 작가의 의도와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이 대사를 떠올린 이유는 분명하다.
나 또한 이혼 이후의 육아 속에서 ‘삭제되는 경험’을 했고,
동시에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흔들리면서도 아이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를 다시 세웠던 시간들.
내 삶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던 날들 속에서
나는 오히려 다른 형태의 나를 길러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랑이
가장 큰 회복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육아는 관계의 결말과 상관없이 계속 이어지는 세계이며,
그 세계 속에서 나는 비로소
‘부모’라는 의미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
작가의 말
『은유의 잔향』은
조각난 주제들이 하나의 삶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다 조언받던 순간에도
부모의 역할은 돈이 아니라 시간과 태도임을 고집하던 기억들.
사라지는 취향, 멈추는 생활, 포기되는 휴식,
젊음, 밤, 취미, 감정, 삶의 여유를
너무도 쉽게 뒤로 미뤄야 했던 시절들.
그 모든 것들 위에
Ep.4 ‘결혼’보다
Ep.3 ‘돌봄’이 먼저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명확했다.
사람들은 결혼과 이혼이 삶을 흔든다고 말하지만,
아이라는 중심이 존재할 때
육아는 그보다 더 큰 가치가 되어
삶의 동력이 된다.
사람들은 육아 때문에 커리어가 늦어진다고 말하지만,
지키는 것이 혼자가 아닐 때 생겨나는 에너지는
커리어의 역설처럼
오히려 나를 완성시켰다.
보상도 성공도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회복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는
매일을 함께하는 아주 조용한 순간들이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그리고 Ep.3의 마지막 이야기
〈누군가의 시작은 나보다 덜 흔들리기를〉의 메시지처럼,
형태를 갖춘 가정보다
형태를 잃지 않는 부모가
아이의 세계를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
내가 겪었던 실패를
누군가가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시리즈의 뿌리가 되었다.
사랑을 대신 채워줄 사람은 없고,
가정을 대신 완성해 줄 사람도 없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벅차도록 단단한
남은 양육자의 사랑이었다.
나의 실패가 누군가의 실패가 되지 않기를.
누군가의 순간이 나보다 덜 흔들리기를.
그 바람 하나로
이 에피소드를 끝맺는다.
무엇이든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번 회차만큼은
이 글의 형태가 얼마나 날것이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Ep.4 〈은유의 잔향: 결혼과 이혼〉에서는
관계의 변화와 해체, 그 이후의 회복을 이야기하며,
끝난 사랑 또한 나를 길러낸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문장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저는 제 시간을 글로 쓰며, 지금의 저를 완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