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작은 나보다 덜 흔들리기를

<은유의 잔향> Episode 3

by 은유의 잔향

부제: 바람 하나로 남기는 문장들


형태를 갖춘 것보다,

형태를 잃지 않는 것이

누군가의 세계를 지켜준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흔들리는 것들은

그 어떤 완성도 빚어낼 수 없고,

대신해 채워진 자리는

결코 빈자리를 가득 메우지 못한다.


바람과 바람 사이,

감정과 감정 사이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 한 사람이


누군가의 세계를 끝내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이 기록이 아주 조용히 전할 수 있기를.


나의 실패가

누군가에게 닿지 않기를.


누군가의 시작이

나보다 덜 흔들리기를.


벅차도록 단단한,

단 한 사람의 사랑으로

그 곁에 오래 남아주기를.


오늘의 잔향 — Ludovico Einaudi - Primavera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네잎클로버는 행운이지만,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니까.)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


작가의 이전글함께 바라보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