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바라보는 해

<은유의 잔향> Episode 3

by 은유의 잔향

부제: 다시 살아나는 것들


참 많이 지워졌다고 믿었다.

멈추고, 미뤄지고, 내 차례가 뒤로 밀린 줄만 알았다.


사라진 것은 없었고,

잠시 덮여 있던 것들만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한참 뒤에서야 알았다.


밤을 건너 찾아오는 아침,

함께 바라보는 해.

숨결과 생활의 소리가

집 안을 천천히 데우는 그 순간마다,


너와 내가 머무른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졌다.


부드러운 러그보다,

네 살결에서 번지는 작은 온기가

나에게 더 깊게 스며들었다.


돌봄은 나를 소멸시키지 않았다.


특별함도 없는 아침.

더 특별할 것 없는 저녁.

식탁 위에 놓인 컵 둘.

눈부시지 않은 기척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 둘이 만들어내는 작은 어수선함.


그 평범한 장면 속에서

나는 오래전 잃었다고 믿었던 나를

다시 천천히 되찾고 있었다.


오늘의 잔향 — Yiruma - River Flows In You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사라진 줄 알았던 나를 깨우는 아침의 온도.)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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