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잔향> Episode 3
부제: 사라졌던 나를 되찾는 성장의 역설
하루가 끝나면 쓰러지듯 잠들고,
아침이 오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살아냈다.
잔인해 보였던 날들은
돌이켜보면
내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였다.
하루를 버틴다는 것은 생존이었고,
나를 만드는 아주 조용한 방식이었다.
불안이 나를 삼키기 전에
나는 먼저, 불안을 길들이는 법을 배웠다.
그 시절,
나는 참 많이 버티고,
무언가 끝나고 남은 자리를
일로 채우며 다시 나를 붙잡았다.
가끔은 내 인생이
잠들지 못하는 밤처럼 느껴졌지만,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기에
그 안에서도 작은 길들을 찾아
천천히 걸어 나갔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다시 걸어가는 법을 익히는 일이었다.
그 짧은 몇 해 동안,
나는 가진 것을 거의 모두 그 위에 내려놓고 있었다.
누군가를 지키던 그 시간들이,
이 시기의 나를 가장 잘 지키는 힘이 되었다.
누군가는 그 시간들이
나를 늦추는 일이 될 거라 말했지만,
나를 늦춘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들었던 시간들이었고
세상이 말하던 늦음 속에서,
나는 오히려 제 시간보다 더 빨리 도착하고 있었다.
그 늦음은
거꾸로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완성시키는 한 겹이 되었다.
뒤로 밀린 줄 알았던 시간들이, 결국 나를 앞으로 데려왔다.
오늘의 잔향 — Agnes Obel – Familiar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보이지 않는 실재처럼 남아 있던 내가
마침내 시간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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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